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혈전(피떡) 발생 사례가 보고되면서 국내외에서 접종을 중단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사례가 3건이 보고됐으며 8일 진행 예정이던 AZ 백신 접종이 잠정 중단됐다.
방역당국은 앞서 해당 사례를 조사했던 유럽 의약품청(EMA)의 조사 결과를 참고해 곧 접종 재게 여부를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의 이득이 위험보다 크다는 것에는 찬성하면서도 일부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오는 11일 AZ 백신의 접종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AZ 백신 접종후 혈전 발생 빈도는 기존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와 비슷하다. EMA의 분석으로도 AZ 백신 접종 후 혈전 발생 사례는 100만명 당 1~5명 내외다. 이는 10만~100만명 당 1명 정도로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와 유사한 수준이다.
추진단은 앞서 지난 7일 60세 미만 접종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EMA에서 AZ 백신과 일부 특이한 혈전 발생이 관련됐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EMA에서 백신 접종에 따른 이득이 위험보다 크다며 접종을 권고함에 따라 다시 국내외 동향을 검토해 11일 AZ 백신 접종 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AZ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혈전 사례는 발생 확률이 거의 없다고 해도 일단 발생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혈전 발생 사례가 매우 드물고 예외적인 사례라고 하면서도 보고됐던 뇌정맥동 혈전증은 심각한 중증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가령 영국의 경우 혈전 발생 사례로 보고된 79건 중 19명이 사망했다. 즉 혈전 발생자의 4분의 1이 사망한 것이다. 독일 또한 뇌정맥혈전증(CVST)이 나타난 31명 중 9명이 사망해 혈전 발생 사례자 중 약 29%가 사망했다. 독일의 경우 사례자 대다수는 20~60대 여성이었다.
반면 백신 접종에 따른 이득이 훨씬 큰 만큼 연령별로 좀 더 신중을 기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보면 당연히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위험을 상회할 것으로 보는데 아주 젊은 연령층 같은 경우는 좀 고민이 있을 수 있다”며 “(이 연령층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중증으로 진행할 확률이 낮은 군이다”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50~60대 미만 연령층에 백신 접종을 보류한데 비해 영국은 30세 미만 연령층에 다른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AZ 백신 외에 다른 대체재가 있는 상황에서 20대 연령층에 백신을 접종해 나타날 수 있는 혈전 사례의 위험을 굳이 무릅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의 경우 초기 코로나19 백신 물량의 절반 이상이 AZ 백신이라는 점이 고민거리다. 2분기 이후 다른 종의 백신이 공급되면 사정이 좀 나아질 수 있겠지만 무작정 백신 접종을 미룰 수는 없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을 때 사회 전체적으로 얻는 이득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한편 두 전문가 모두 접종을 제한하는 기준은 해당 국가의 코로나19 상황이나 백신 수급률 등을 판단해 유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유럽연합(EU) 내 27개 회원국에서도 나라마다 다 사정이 다르다”며 “EMA가 넓은 권고안을 주면 각 회원국별로 상황에 맞게 결정한다”고 말했다.
최원석 교수는 “EMA가 특정 연령층이 더 위험하다고 되어있지는 않다”며 “연령층 기준을 균일하게 적용할 것이 아니라 국가 상황에 따라 득실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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