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 혐의로 재판을 받고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다가 상대가 요구한 합의금 금액이 너무 많다며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는 살인 및 특수협박,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64)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월 29일 오후 5시30분경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호프집 사장 B 씨(54)가 투자 관련 서류를 빼앗아 찢어버려 금전적 손해를 봤다며 깨뜨린 맥주병을 들고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이미 특수상해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기 때문에 합의하지 못하면 집행유예가 취소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A 씨는 합의를 위해 B 씨를 찾아갔다. B 씨는 특수협박 혐의 신고 후 A씨가 찾아올 것이 두려워 한 달 정도 호프집 문을 닫았었다.
그렇지만 A 씨는 합의를 위해 B씨의 호프집을 재차 방문했고 합의금으로 100만 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B씨가 합의금으로 500만 원을 달라며 이를 거절하자 격분해 테이블에 있던 흉기로 B 씨를 찔러 살해했다.
A 씨는 B 씨가 먼저 과도로 손등을 찔렀고 이를 제지하기 위해 손과 목을 잡고 밀었는데 B 씨가 넘어지면서 흉기에 찔려 사망한 것이라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 씨는 범행 당시 상당한 힘으로 과도를 들고 있는 B 씨의 손을 잡고 몸 쪽으로 밀었던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범행 당시 A 씨에게는 순간적으로나마 B 씨를 살해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B 씨가 먼저 공격행위를 했다는 A 씨의 진술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A 씨로 하여금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공격행위로 보이지 않는다. A 씨는 B 씨의 손을 잡아 비교적 쉽게 제압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써 B 씨의 공격행위는 종료된 것”이라며 “그런데도 A 씨는 B 씨 가슴을 향해 과도를 힘껏 밀어 넣어 새로운 공격행위로 나아갔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A 씨가 고의로 B 씨를 살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B 씨는 A 씨로부터 통상적으로 예상할 수 없는 무자비한 공격을 받고 극도의 공포 속에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을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B 씨가 합의금으로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과도로 오른손을 찌르자 A 씨는 이에 격분해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경위와 경과를 보면 A씨는 범행을 신고한 데 대한 보복의 목적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재판부는 “A 씨는 B 씨의 유족의 용서를 받지 못함은 물론 범행의 주요 부분을 적극 부인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징역 25년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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