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행 수도권·부산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3주 연장키로 결정하자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유흥업소와 노래연습장에 정부의 방역지침을 비웃듯 불법 영업을 강행해 비난을 받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9일 사회적 거리두기 3주 연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정안을 결정해 발표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거리두기 적용 단계는 종전과 같지만, 수도권·부산 등 2단계 지역의 유흥시설은 집합이 금지됐다. 대상은 룸살롱·클럽·나이트 등 유흥주점업과 단란주점, 헌팅포차·감성주점, 콜라텍·무도장, 홀덤펍 등으로 수도권에만 1만5000여개 업소가 해당된다.
또한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음식점·카페, 파티룸 등은 기존과 같이 오후 10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된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방침을 비웃듯 경기도내 곳곳에서는 이전부터도 밤 10시 이후에도 단속을 피해 버젓이 영업을 강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 최대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속칭 ‘인계박스’에서는 밤 10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호객꾼들이 성행하고 있다.
이들 호객꾼들은 “새벽까지 영업을 한다”, “단속 걱정 없이 술을 마실 수 있다”, “아가씨도 부를 수 있다” 등의 말로 행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이 안내하는 업소 대부분은 간판 불을 끈 채 불법 영업을 지속하는 곳이다. 때문에 감염 상황 발생 시 접촉자 추적 등 역학조사 역시 어렵게 된다.
이 같은 불법 영업은 인계박스뿐 아니라 인근 영통 유흥가, 화성 동탄신도시 중심상가 등지에서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파주시 금촌의 새로 지은 한 상가 건물에 입주한 노래연습장은 대놓고 늦은 새벽까지 손님들을 받는다. 이 건물은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지 않아 노래연습장 외의 상가는 대부분 비어 있고, 주택가와도 떨어져 있어 이런 배짱 영업이 가능하다.
인근의 또 다른 노래연습장은 자정이 가까운 시각 현금이 아닌 카드로도 계산이 가능하다는 업주의 말에 손님들이 ‘혹시나 단속에 걸리지 않을까’ 긴장하자 이 업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영업자들 힘들까봐 단속도 안하는데 거기까지 조사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노래연습장의 불법영업은 밤 10시 이후 2차·3차 술자리를 찾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술만 마시는 조건으로 손님을 받은 뒤 노래연습장 문을 닫고 기존처럼 시간당 돈을 받고 있다.
안주는 손님이 직접 배달을 시킬 경우 단속을 우려해 업주가 대신 배달을 시킨 뒤 방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일부 노래연습장의 경우 “인근에 편의점이 있으니 편하게 사다가 드셔도 된다”고 안내까지 하고 있다.
노래방 업주 조모씨는 “일부 노래방들이 임대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라며 “단속에 걸려 내는 벌금 100만~150만원보다 밤 10시 이후 장사로 버는 돈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유흥업소의 집합금지 조치로 일부 주당들의 경우 ‘원정 술자리’까지 계획 중이다.
경기북동부에 위치한 포천시·연천군·가평군·양평군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도시의 주민들은 “차라리 강원도로 원정가서 맘 편히 먹고 마실 것”이라고 했다.
포천과 연천의 경우 강원 철원군과, 가평과 양평은 강원 춘천시 및 원주시와 맞닿아 있어 이동하기에도 불편함이 적다.
일부 주민들의 경우 계속된 영업금지 조치에 노골적으로 피로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모씨(36·양주)는 “다수의 양주시민들은 나처럼 평소 일 때문에 고양시와 의정부시로 많이 다닌다”며 “주변 도시에 비해 비교적 확진자가 적은 양주시도 강하게 규제한다기에 주변 자영업자들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양모씨(42·구리)도 “직장이 여의도라 잠잘 때 외에는 대부분 서울에서 식사를 한다”며 “부동산 투기지역 제한 방식처럼, 인구밀집지역인 서울을 중심으로 선택적 규제를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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