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로 끝난 ‘靑 선거개입’ 수사…정권 눈치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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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9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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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이광철 민정비서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 뉴스1
(왼쪽부터)이광철 민정비서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 뉴스1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거 연루된 사건으로 주목받았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경찰 하명수사 의혹 수사가 ‘용두사미’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1월29일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 등 13명을 재판에 넘긴 이후 1년3개월 만의 기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광철 민정비서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 대부분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이 앞서 1차 기소 공소장에서 이들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불기소 처분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사진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2021.4.8/뉴스1 © News1
사진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2021.4.8/뉴스1 © News1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9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권상대)가 재판에 넘긴 청와대 관계자는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당시 사회정책비서관) 1명에 그쳤다.

이 실장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으로 근무하며 울산 공공병원 관련 내부정보를 제공해 공약을 구체화하도록 지원하고, 산재모병원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를 지방선거 직전으로 미루는 데 도움을 준 혐의를 받는다.

산재모병원은 송 시장의 경쟁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핵심 공약이었다. 당시 송 시장은 산재모병원 유치 실패를 김 전 시장의 약점을 부각시켰다. 검찰은 송병기 전 부시장이 울산시청 공무원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공약 수립 및 선거 운동에 활용했다는 혐의로 송 전 부시장을 추가 기소했다.

1차 기소 당시 검찰은 송 시장이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 연기와 관련해 이 전 실장과 더불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도 같은 부탁을 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임 전 실장이 송 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인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경선 불출마를 대가로 “일본 고베 총영사 자리 등을 주겠다”고 제안하는 데 개입한 정황도 공소장에 기록했다.

임 전 실장이 임동호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최고위원 끝나면 오사카 총영사 자리로 가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인데, 지난해 1월 임 전 실장을 조사한 검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민정수석)은 청와대가 김 전 시장과 관련된 비위첩보를 가공·생산해 경찰에 하달하고 경찰 수사 상황을 보고 받은 의혹, 임 전 최고위원에 경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의혹에 모두 연루됐었다.

1차 기소 공소장은 조국 전 장관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경찰 수사상황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을 거쳐 15차례 보고받았다고 적시했다. 또한 임 전 최고위원은 송병기 전 부시장 업무수첩 2017년 11월 9일자에 ‘임동호를 움직일 카드가 있다고 조국 수석이 얘기함’이라고 적힌 메모를 봤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시장 관련 제공해 만들어진 첩보 문서가 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던 이광철 비서관에 전달됐다는 사실도 파악했으나, 이광철 비서관을 재판에 넘기진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출석 불응과 코로나 장기화에도 실체 규명에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그러나 공소장에 구체적인 의혹이 적시됐던 인물들을 대거 불기소 처분함으로써 ‘정부 눈치보기’의 결과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과거 수사팀과 의견 충돌을 빚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번 기소에 동의하며 사건을 마무리지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 지검장 부임 이후 기소가 계속 미뤄지자 일각에선 주요 공범들의 기소 결재를 미루며 사건을 뭉개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건 처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당사자들의 주장을 충분하게 검증하기 위해 보완수사가 상당히 진행됐다”며 “기소되지 않은 나머지 분들에 대한 사안들도 전반적인 수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또 “기소되지 않은 사람들도 각 사안별로 일부 관여가 의심되는 정황이 없지는 않았다”면서도 “범의나 공모관계를 인정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가담행위, 관련 증거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 피의사실이나 처분 이유는 규정상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그동안 울산시장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은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한 수사라는 이유로 청와대의 강한 반발과 공소장 공개를 둘러싼 갈등, 수사팀 해체 등 여러 부침을 겪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월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좌천시킨 데 이어 같은 해 8월 인사에서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48·31기)은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발령냈다. 또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부터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하면서 논란을 야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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