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정부의 일률적인 거리두기와 방역지침에 반기를 들며 ‘새 매뉴얼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서울시는 업종이나 업태별 단체를 만나 의견을 들은 뒤 새로운 맞춤형 매뉴얼을 조만간 내놓기로 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종합대책회의’를 열고 “일률적으로 오후 9시나 10시 이후 영업을 금지하는 규제 중심의 거리두기는 더 이상 수행하기 힘들다”며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앙 정부의 대책은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을 단기적으로 강요할 수 있고 참을 수도 있지만 무려 2년간 그런 상황을 시민에게 감내하라는 건 도리가 아니고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단계별 거리두기 지침에 사실상 반기를 든 것이다.
오 시장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만을 지켜보며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며 “업종별, 업태별 단체로부터 거리두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매출 감소도 최소화할 수 있는 복안을 듣고 빠른 시간 안에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지시했다.
서울시는 이르면 다음주까지 각 부서별로 관련 단체들과 논의를 진행한다. 새로운 매뉴얼은 업종·업태별로 자율성과 규제를 동시에 주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업시간이나 방문자 수 제한에 일정 부분 자율성을 주는 대신 해당 업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방역수칙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강한 영업제한 조치를 내리는 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관 협회들과 바로 약속을 잡고 다음주에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들이 수용 가능한 영업조건을 최대한 들어보고 매뉴얼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이러한 움직임에 정부는 다소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금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서로 맞지 않을 경우 문제가 발생한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서 “정부는 지자체의 자율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충분히 협의해 최적의 방역 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발언이 정부와 대립각을 걷는 것으로 비춰지자 그는 바로 진화에 나섰다. 오 시장은 오후 서북병원 현장 방문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완전히 다른 지침을 가지고 시행하겠다는 게 아니다”며 “시범사업 형태로 어느 방법이 더 경제적 타격을 줄이면서 거리두기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실험해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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