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死票)여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뽑았어요. 1번이랑 2번은 정말 뽑기 싫었거든요”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28)는 지난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기호 1번과 2번이 아닌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강씨는 “1번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잘못을 책임지고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며 “2번은 이전에 그만뒀던 모습이 무책임해 보였다”고 했다.
◇20대 여성 표심은 어디로 갔나
20대 여성들은 이번 선거에서 기호 1번과 2번이 아닌 제3의 대안을 가장 많이 찾아 헤맸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15.1%는 제3후보에게 투표했다. 모든 연령과 성별을 통틀어 가장 많은 비율이다.
20대 여성의 투표 성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12명 중 5명이 여성 후보였던 것과 맞물린다.
이번 선거에는 역대 서울시장 선거 중 가장 많은 수의 여성 후보가 출마했다. 여성 정책을 강조한 후보들이 많았던 만큼 20대 여성 표가 이들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진아 여성의당 후보가 3만3421표를 얻어 4위에 올랐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가 2만3628표, 신지예 무소속 후보가 1만8039표를 얻어 뒤를 이었다. 송명숙 진보당 후보는 1만2272표를 얻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외한 군소 여성 후보들이 얻은 표를 합치면 총 8만7360표로 전체 득표율의 1.78%다. 3위를 차지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 득표율보다 높다.
이번 선거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20대 여성 표심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8년에 이어 이번에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이번 선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젠더 이슈가 중요했다”고 봤다.
신 대표는 “그런데도 민주당은 여성정책을 늦게 발표하거나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 대처법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고 국민의힘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두 정당 모두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단 문제의식이 제3후보를 택한 동기가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 선거에서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달고 나온 후보가 많지 않아 페미니즘도 일반적인 여성 이슈 중 하나로 퉁쳐졌다”며 “이번 선거에서는 여성 후보자들도 많이 나왔고 성소수자 이슈를 비롯해 여성주의 안에서도 다양한 이슈가 제기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오세훈 시장, 20대 여성 만족시킬 정책 펼까
20대 여성들이 제3의 대안을 찾아 헤맸던 만큼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이들을 만족시킬만한 정책을 펼칠지도 관심이 모인다. 오 시장의 득표율은 20대 여성에서 40.9%로 가장 낮았다.
오 시장은 선거운동 당시 서울시장이 되면 최우선으로 ‘여성 안심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귀갓길 CCTV 전면설치, 안심 화장실 등 여성을 범죄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1인 가구 여성들을 위해 이중잠금장치와 설비 수리를 지원하는 ‘안심주택’을 도입하고 학대 피해 여성에게는 공공일자리를 우선 지원하겠다고 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A씨의 업무 복귀 여부도 관심사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새벽 당선이 확정된 후 연설에서 A씨를 언급하며 “오늘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복귀해 업무에 열중할 수 있도록 제가 잘 챙기겠다”고 했다.
A씨측은 “오세훈 시장이 연설할 때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이 떠올라 가족들과 함께 울었다”며 “피해자를 잊지 않고 언급하고 살펴주신다고 하니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했다. 아직 A씨의 구체적인 복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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