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에 대해 오세훈 시장이 재검토를 지시했다. 서울시는 사업 반대 여론이 거셌던만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광화문광장추진단은 이날 오후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오 시장에게 현안 업무보고를 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 “시민 의견 수렴을 포함한 다양한 검토 방안을 별도로 보고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의견을 듣는 과정 등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는 있지만 사업 백지화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창 속도를 내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제동이 걸린 건 오 시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광장을 중앙에서 한 쪽 방향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줄곧 반대 목소리를 내 왔다. 선거 유세 기간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시장 권한대행이 시작해선 안됐을 사업”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당하지 않고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잘못된 것이라도 일단 시작됐으면 존중한다. 행정에 대한 존중의 마음으로 가지고 갈등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시민 의견을 듣기로 한 만큼 사업 백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업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은 높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박 전 시장 재임 당시 ‘걷기 편한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만들겠다며 추진했다. 서울시장이 공석이던 지난해 11월 예산 800억 원을 들여 공사에 들어갔다. 사업을 시작할 때만해도 시민단체 등이 예산낭비, 교통체증 심화 등을 이유로 반발했지만 시는 예정대로 공사를 강행했다.
오 시장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서울시의회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김인호 시의회 의장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이미 많은 예산이 투입됐고 지금 중단하는 것은 혈세낭비 아니겠냐. 시민들의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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