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이진석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을 9일 재판에 넘기면서 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에 대한 불기소처분서에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13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임 전 실장 등에 대한 34쪽 분량의 불기소처분서에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권상대)가 작성한 피의자 31명에 대한 혐의 및 불기소 결정 이유가 나와 있다.
검찰은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이 송철호 울산시장이 당내 경선 없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단독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상대 후보들을 공직 등으로 매수했다는 의혹을 수사했다. 검찰은 불기소처분서에 “송 시장 측에서 상대 후보를 회유하기 위해 해당 후보들과 교섭한 내용 등이 확인되고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 피의자 임종석 조국 한병도 등이 언급돼 있다”며 “피의자들이 순차 의사 전달을 통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송철호는 2017년 10월 11일 청와대에서 임종석과 만난 직후인 같은 달 24일경 임동호(전 민주당 최고위원) 측에 ‘심규명(변호사)은 불출마로 정리될 것 같다. 임동호도 당내 경선에 불출마하면 원하는 자리를 챙겨줄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검찰은 “업무수첩 기재 내용 등만으로는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한병도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간의 후보자 매수 관련 논의와 지시 부탁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보고 한 전 수석만 지난해 1월 기소했다.
검찰은 또 조 전 장관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재임 시절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기현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을 알고 있었던 정황은 있으나 그것만으로 하명수사에 관여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광철 비서관(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이광철이 문모 씨(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로부터 김기현 측근의 비위첩보를 보고받고, 이를 백원우(전 대통령민정비서관)에게 보고한 뒤 첩보가 경찰에 하달된 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2명을 울산에 보낸 정황이 있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이 비서관에 대한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하지 못한 채 “이광철이 백원우 등과 공범에 이를 정도로 하명수사에 관여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검찰은 이 같은 판단에 따라 백 당시 비서관과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 등에 대해서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피의자들이 기소된 지 1년 3개월이 지나도록 정식 공판 기일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다음 달 10일 첫 기일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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