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A고 교사는 늘 이 말로 아침을 시작한다. 원격수업 날 수업 모니터를 열면 언제나 화면의 절반은 까만색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호소’를 이어나가면 하나둘씩 화면이 켜지며 얼굴이 나타난다. 눈이 반쯤 감긴 학생, 이마만 보여주는 학생…. “빨리 카메라 켜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얼굴이 드러나는 아이는 직전까지 침대 위에 누워 있던 경우다.
교육당국의 실시간 수업 확대 방침에 따라 올해 전국 초중고교는 대부분 지난해에 비해 쌍방향 원격수업 비중을 늘렸다. 하지만 여전히 등교수업에 비하면 질적으로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겉보기엔 따라오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공공 학습관리시스템(LMS)에서 아이들이 1시간짜리 수업을 들을 때 이를 3분 만에 들어도 학습 이수율은 100%로 뜬다. 수도권 B초등학교 교사는 “속칭 ‘땡기기’를 하는 학생이 30명 중 5, 6명은 된다”며 “수강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짧으면 학부모에게 안내하지만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땡기기는 동영상 재생속도를 빠르게 돌려 일찍 끝내는 것이다.
학생들이 이런 ‘꼼수’를 쓰는 이유는 수업이 즐겁지 않아서다. 13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학업 열의는 2018년 대비 모두 하락했다. 교사들은 “친구가 옆에서 함께 공부하고 선생님이 학교에서 잔소리나 격려를 해주는 게 다 학습 동기 부여가 되는 건데 원격수업에선 그게 없으니 지루하기만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모니터만 바라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란 분석도 많다. 한 교사는 “어른인 교사들도 2시간짜리 온라인 연수를 받으면 진이 빠진다”며 “학생들이 온라인 방식에서 집중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20∼25분인데 수업 시간이 너무 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보기술(IT) 강국이란 말이 무색하게 화면이 끊기는 등 시스템이 불안정한 것도 여전하다.
“교실이었다면 1초면 될 일이 원격수업에서 10분 걸릴 때도 있어요. 아이들이 집중할 수가 없는 거죠. 게임을 하거나 심지어 밥을 먹으러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수도권 C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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