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프레임 해명” vs “노동자 고통 강요” 택배대립 격화

  • 뉴스1
  • 입력 2021년 4월 14일 15시 29분


14일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이 제한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5000세대 규모 아파트 앞에 택배들이 쌓여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앞서 예고한 대로 택배기사들은 이날부터 택배물품을 아파트 입구까지만 전달한다.  2021.4.14/뉴스1 © News1
14일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이 제한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5000세대 규모 아파트 앞에 택배들이 쌓여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앞서 예고한 대로 택배기사들은 이날부터 택배물품을 아파트 입구까지만 전달한다. 2021.4.14/뉴스1 © News1
서울 강동구의 5000세대 규모 아파트가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자 택배노조가 해당 아파트 개별 배송을 중단했다.

택배노조와 아파트입주민대표회의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양측의 대립이 격해지는 모양새다.

택배노조는 12일 입주자회의에 대화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 14일 오전 10시쯤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입주자회의가 밝힌 공식 입장은 Δ택배사와 1년 전부터 지하주차장 운행 및 배송 을 위한 협의를 해왔으며 Δ고덕지구 공원형아파트 중 자신들의 아파트만 매도한 행위를 해명하라는 것이다.

입주민회의는 “노조의 일방적 협의 중단 및 기자회견, 언론 제보로 입주민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며 “노조는 CJ대한통운 배송담당팀과의 협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요청한 적도 없는 손수레 배송 등을 주장하며 아파트 단지 및 입주민을 갑질 프레임으로 매도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덕지구의 공원화 아파트 단지 모두에서 저상차량을 통한 지하주차장 운행 및 배송이 이뤄지고 있는데 왜 우리 아파트 단지에만 이의를 제기하고 협상을 요구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입주민회의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노조는 “택배사와 기사는 전형적인 ‘갑을관계’로 택배사가 저탑으로 교체를 요구하면 기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며 “저탑으로 교체하면 배송기사의 허리와 손목, 발목에 심각한 손상을 야기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저탑 교체 비용을 택배기사가 부담하고 있고 타지역에서 이런 방식으로 배달한 기사는 6개월을 못넘겨 이직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아파트만 매도한다는 주장에는 “문제의 핵심은 택배기사의 고통을 유발하는 배송방식을 강요한 것이며 따라서 왜 이를 문제삼느냐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이번 사태를 현재 전국적으로 강요되는 지상출입 금지에 대한 근본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입주민회의와 노조는 서로 상대에게 대안을 제시하라는 입장이어서 사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입주민회의는 “갑질프레임에 대한 해명과 상호 공감할 방안 제시를 노조에 요청한다”며 “답을 공식 회신으로 수령하면 심도있게 논의해 향후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기자회견 후 “현재의 문제를 풀기 위한 대안을 이미 제시했으니 입주민회의도 대안을 준비해 지금이라도 만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입주자회의에 전달했다.

이 아파트는 안전 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를 이유로 1일부터 단지 내 지상도로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택배차량(탑차)은 지하주차장 진입제한 높이(2.3m)보다 차체가 높아 진입이 불가능하다. 이에 택배기사들이 아파트 후문 인근 경비실에 택배를 놓고 가 상자 1000여개가 쌓이기도 했다.

이날부터 택배기사들은 택배물품을 아파트 입구까지만 배송하기로 했고 주민들은 직접 입구까지 나가 택배물품을 받아야 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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