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얀센, 美-유럽서 퇴출 위기… 국내 백신도입에 또 악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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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리스크에 백신공급 흔들

11월까지 전 국민의 70%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치겠다는 정부의 ‘집단 면역 달성’ 목표에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2000만 명분이 도입될 예정인 모더나 백신은 7월까지 미국 우선 공급을 선언하며 한국 선적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백신은 혈전 부작용 여파로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 등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하면서 ‘안전 리스크’가 커졌다. 국내서 생산되는 노바백스 백신은 3분기(7∼9월)까지 도입될 물량이 전체 2000만 명분의 절반인 1000만 명분에 불과하다. 당초 연내 총 4600만 명분이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 3개 백신 도입이 흔들리면서 국내 백신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 잇단 해외 리스크에 흔들리는 백신 공급

미국 모더나는 13일(현지 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정부에 올 5월 말까지 백신 1억 회분을 공급하고 7월 말까지 추가로 1억 회분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외 지역에 대해선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미국 우선 공급 원칙에 따라 타 지역 공급이 순차적으로 밀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5월부터 모더나 백신 2000만 명분을 공급받기로 한 한국도 공급 일정 연기 가능성이 나온다. 한국은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 카타르, 스위스, 이스라엘, 캐나다 등보다 늦은 지난해 말 모더나와 계약을 체결했다.

설상가상으로 희귀 혈전 사례가 확인되거나 조사가 진행 중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은 자칫 미국과 유럽 국가의 ‘접종 품목’에서 아예 제외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덴마크는 혈전증 부작용 발생이 확인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재개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EU 차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추가 물량 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앞서 13일과 14일(현지 시간)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얀센의 접종을 잠정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일부 유럽국가는 얀센 백신 접종을 당초 4월에서 연기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정부가 올 상반기(1∼6월) 내 도입을 확정지었다고 밝힌 백신 1045만 명분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얀센도 2분기(4∼6월) 중 초도 물량 10만 명분을 시작으로 600만 명분을 공급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럽, 미국 등에서 안전 문제가 제기되며 수급 및 접종에 추가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EU에 공급하는 백신의 가격을 도스당 기존 12유로(약 1만6000원)에서 내년 이후에는 19.5유로(약 2만6000원)로 62.5%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고 13일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상대적으로 검증된 백신들의 ‘몸값’이 더 오르는 것이다. 국제사회 백신 수급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 백신 부족에 19∼64세 접종은 가물

백신 공급 변수가 커지면서 백신 보릿고개가 현실화하고 있다. 상반기 중 도입이 확정된 백신을 다 합쳐도 1045만 명분이라 정부의 접종 목표인 1200만 명에 못 미친다. 만약 상반기 백신 접종이 줄줄이 미뤄진다면 하반기(7∼12월)까지 연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월 26일 백신 접종 이후 6월까지는 요양병원 환자를 시작으로 의료인, 119구급대, 65세 이상 노인 등 특정 연령이나 직업군이 백신을 맞는다. 하지만 7월부터는 19∼64세 모든 성인이 접종에 나선다.

추가 물량 확보가 지지부진할 경우 이들의 접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분기뿐 아니라 3분기 백신 공급 전망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일반 성인에 대한 접종이 시작은 되겠지만 정부 계획만큼 전면 확대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에 대한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집단 면역 달성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 4월에야 구성된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

정부 안팎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도입 초반 질병관리청에 ‘전권’을 준 것이 악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백신 접종을 지휘하면서 해외 제약사와의 협상까지 이끌기에 조직 역량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1일 뒤늦게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팀장으로 하는 ‘범부처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차관급인 질병청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의 전폭적 협조를 얻고 해외 협상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접종 계획을 짤 수도 없는 게 지금 백신 도입의 현실”이라며 “지금 같은 협상으로는 한계가 있고 백신 위탁 생산 등 공동 생산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15일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위·변조가 불가능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향후 이 증명서 소지자에게 자가 격리 완화 등의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유근형 noel@donga.com·김소민·조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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