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주기… 랜선 타고 흐르는 추모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6일 03시 00분


‘기억하고 있어. 매순간 사랑했어’
시민들 직접 지은 추모곡-문구 SNS에 공유하며 아픔 나눠
세월호 추모 ‘랜선 합창단’ 프로젝트, 개인 218명-단체 24곳 영상 올려
유족 “아픔 반복 않기 위해 기억해야”

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경기 안산시 ‘4·16 기억교실’에서 한 시민이 책상 위에 올려진 희생자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왼쪽 사진). 경기 안산온마음센터가 주최한 세월호 7주년 ‘랜선 추모 합창단’에는 단체 포함 300명 넘는 시민들이 참여해 추모곡 ‘너’를 함께 부르고 있다. 안산=뉴시스·경기 안산온마음센터 제공
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경기 안산시 ‘4·16 기억교실’에서 한 시민이 책상 위에 올려진 희생자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왼쪽 사진). 경기 안산온마음센터가 주최한 세월호 7주년 ‘랜선 추모 합창단’에는 단체 포함 300명 넘는 시민들이 참여해 추모곡 ‘너’를 함께 부르고 있다. 안산=뉴시스·경기 안산온마음센터 제공
“여긴 이제 봄이야. 벚꽃이 활짝 피었어. …거기에도 봄이 왔어?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어. 좋은 곳으로 가. 기억하고 있어.”

김호진 군(19)은 4일 밤 노트를 꺼내 새로운 랩 가사를 작사했다. 7년째 차가운 바다에 머물며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형과 누나들을 떠올렸다. 이젠 ‘좋은 곳으로 가’라는 염원을 담아서.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벌써 7년이 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야외 추모식조차 쉽지 않은 상황. 여전히 그들을 기억하는 많은 시민들은 ‘랜선 추모’에 동참하고 나섰다. 소셜미디어 등에 직접 써내려간 글이나 노래, 영상 등을 올리며 아픔과 공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군은 참사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할 수 있는 게 기도뿐’이란 가사는 그때의 슬픔을 솔직하게 담은 표현이었다. 그날 이후 김 군에게 4월의 봄은 안타깝고 간절한 계절로 남아 버렸다.

“어느덧 제 나이가 그때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비슷해졌어요. 저에게 해마다 봄이 왔듯 차디찬 바다에 있는 희생자에게도 하루빨리 봄이 찾아왔으면 하는 심정을 담았어요.”

김 군은 친한 형이 만들어준 비트에 랩을 실어 추모 곡을 완성했다. 이 노래는 4·16안산시민연대가 주최하는 ‘4·16 청소년 창작경연대회’에 출품되기도 했다.

경기 안산온마음센터가 주최한 ‘랜선 합창단’ 프로젝트도 시작 2주 만에 개인 218명과 단체 24곳이 참여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7주년을 맞아 시민단체 4·16합창단이 만든 추모곡 ‘너’를 부르는 영상을 녹화해 보내주는 프로젝트였다.

특히 서울 계성초등학교 6학년 4반 학생 30명은 노래와 함께 “매순간 사랑했어”라는 노랫말을 수어로 표현한 영상을 보내왔다. 이 노랫말은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희생자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학생들이 보낸 영상 화면에는 교실 칠판에 손수 그린 노란 리본과 ‘우리 노래가 하늘에 닿기를’이란 메시지가 함께 담겨 있었다.

4·16재단이 운영하는 ‘세월호 참사 온라인 기억관’에도 랜선 추모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15일 기준 4만4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메시지를 남겼다. “봄꽃 같은 너희들을 기억할게. 그곳에선 아프지 않기를.” 아이들을 잊지 않고 찾아온 마음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도 ‘#세월호’ ‘#세월호 추모’란 해시태그와 함께 노란색 리본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유족들은 7년의 세월이 흘러도 아이들을 잊지 않는 이들에게 감사해했다. 희생자 진윤희 양의 어머니 김순길 씨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의 기억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저희가 바라는 건 (참사가) 아프다고 기억에서 지우는 게 아니에요. 같은 아픔을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기억하는 거예요. 그렇게 아이들과 세월호를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바꿔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라고 믿습니다.”

박종민 blick@donga.com·이소연 기자
#세월호 7주기#랜선 합창단#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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