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태평양에 방류된 오염수가 1년 안에 동해로 유입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해산물 먹거리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무엇보다 수산물 관련 종사자들의 걱정이 크다. 횟집 오픈을 준비 중인 A씨는 “(이번 일본 정부의 결정으로) 장사를 시작도 못했는데 머리가 아프다”며 “2~3년 뒤 업종 변경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 사장 B씨는 “생선을 다루는 일식이라 타격이 없진 않을 것 같다”고 했고 경기도 시흥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C씨도 “일본산뿐 아니라 모든 수산물 판매가 위축될까 걱정”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시민들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주부 박모씨(59·서울 서초구)는 “가랑비에 옷 젖듯 당장은 (오염수로 인해) 문제가 없더라도 바닷물이 돌고 돌아 미래 세대에 영향을 미칠지 누가 알겠나”고 걱정했다.
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혼자 살면 어쩔 수 없지만 아이가 있으니 속이 터진다” “이제 생선을 먹지 않겠다” “소금 사재기라도 해야 하나” “바다 낚시는 이제 못 하겠죠”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청원글도 잇따르고 있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수 바다 방류를 막아주세요’란 글은 17일 현재 4900여명이 동의했다. “오염수 해양 방류는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글에도 1000명 넘게 참여했다.
오염수의 위험성을 두고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방류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방사성 물질에 소량 노출돼도 큰 문제가 없겠지만 유아, 영아, 노인, 환자는 다르다”면서 “삼중수소가 체내에 들어와 변이가 생기면 백내장이나 백혈병, 혈액암 등에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방사능 노출량은 희석률에 반비례해서 줄어들기 때문에 일본 정부 발표대로 원전 내 오염수의 삼중수소를 1500만베크렐(㏃)까지 물로 희석해 30년에 나눠 방출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희석·방류하는 과정을 성실히 수행하는지 철저히 감시·관리·감독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본이 발표한 틀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약속을 정확하게 지키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지난 10년간 방사능 오염수를 어떻게 관리해왔는지, 정화장치(ALPS)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감정적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없다”면서 “우리가 직접 방류 과정을 감시하거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인접국은 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도 “일본 정부가 지난 10년간 방류를 위한 자료를 만들고 주민 보상금도 지급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에 법적 대응은 승산이 높지 않다”며 “2년의 유예기간을 최대한 이용하고 국제소송보다는 한중일 협의체를 통해 대응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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