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친딸을 10여 년간 성폭행해온 친부가 결국 구속됐다. 친부의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던 친딸은 신고 직후 임시로 옮긴 거처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딸 A씨(21)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친부인 50대 남성 B씨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과 추행을 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어릴 때 어머니와 헤어지고 B씨를 유일한 가족으로 의지하며 지내 왔다.
친부 B씨가 유일한 가족이었던 A씨는 이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리지 못하다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남자친구의 설득으로 지난달 5일 새벽 서울 성동경찰서를 찾아 B씨를 신고했다.
이후 A씨는 경찰이 마련한 임시 거처로 옮겨 생활했지만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다 사흘 뒤 아침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를 진술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B씨는 경찰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생전에 남긴 SNS 글 등 혐의를 입증할 정황을 다수 파악했고, 지난달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후에도 보강수사를 통해 A씨의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이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진술조서도 작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해 혐의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수사당국이 보강수사를 이어가며 직·간접적 증거들을 다수 확보한 끝에 결국 친부 B씨를 구속해 재판에 넘길 수 있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동부지검은 이달 초 B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한 죄를 의미한다.
수사당국은 친족 간 성범죄 특성상 A씨가 보호자이자 양육자인 B씨에게 모순된 감정을 동시에 느꼈고, 성적 자기방어를 전혀 할 수 없는 심리상태였음을 폭넓게 고려해 혐의를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피해자는 2019년 ‘아빠가 죄책감 느끼는 게 싫어 아무 말도 못 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빠가, 아빠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다’ 등 심경을 담은 글을 SNS에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친부 B씨는 검찰에서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B씨에게 다른 범죄 전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첫 재판은 다음 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다. 검찰은 재판에서 B씨의 진술을 반박할 증거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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