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나라의 백신 수급에 대한 불안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의 백신 확보 계획이 제대로 수립돼 있는 것인지, 그 계획은 착오 없이 이행되고 있는 것인지, 외생 변수에 대한 고려는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놓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적 불안감을 달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현재 정부의 대응방식을 면밀히 점검하고 범정부적 외교전 등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백신수급 계획에 관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백신 제조사와 추가 공급 논의를 거의 마무리하는 단계다. 외교적 경로를 통해 백신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외교협의도 물밑에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홍 대행은 외교적 협의 대상이나 진행 단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외교적 사안인 만큼 신중히 답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 9일 주재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 “좀 더 많은 국민이 더 신속하게 접종을 받으실 수 있도록 추가적인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 성과가 나오는 대로 국민 여러분께 상세히 보고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홍 대행이 정 전 총리의 발언과 같은 답변을 하는 열흘 사이에 국민적 불안은 더 커졌다는 점이다.
앞서 미국 보건당국은 지난 12일 우리나라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얀센의 백신 사용을 잠정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얀센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에게서 혈전 사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는 얀센 백신의 혈전 부작용 사례에 대해 검토를 하면서도 원래 계획대로 600만명분 도입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모더나 백신 공급에도 물음표가 남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스테판 밴셀 모더나 CEO와 후속 협상에서 1000만명분을 추가로 더 받기로 하고 도입 시기를 5월로 앞당겼지만, 최근 모더나는 ‘미국 우선’ 공급방침을 밝혔다. 다만 미국 외 지역은 유럽에서 원액과 완제품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수급에 문제가 없을 수 있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백신 효과 지속을 위해 이른바 ‘부스터 샷(추가 접종)’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나타나 물량 확보에 더 비상이 걸렸다. 부스터 샷이 현실화하면 백신 선진국들이 앞다퉈 물량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처럼 백신을 만들지 못한 후발 국가는 백신 확보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반갑지 않은 소식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백신 수급에 관한 국민 불안을 ‘가짜 뉴스’에 의한 것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홍 대행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일본과 우리 정부를 비교하는 질의에 대해 “우리 정부도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를 믿어달라”고 했다.
일본의 경우,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전날 “9월 말까지, 우리 대상자에 대해 확실하게 백신을 공급할 수 있도록 추가 공급을 요청했다. CEO로부터는 협의를 신속히 진행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9월 말까지 공급되는 전망이 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조사와의 백신 추가공급 논의’, ‘물밑에서 이뤄지는 외교적 협의’를 조속히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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