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사건과 관련해 일본으로부터 소송비용을 강제집행하는 것을 국제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당초 재판부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소송비용은 일본이 부담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바뀌면서 강제집행에 대해 새로운 판단이 나온 것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지난달 29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승소 사건에 대해 ‘한국정부 국고에 의한 소송구조 추심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주문에서 “국가가 소송구조결정에 의해 원고에게 납입을 유예하도록 한 소송비용 중 일본으로부터 추심할 수 있는 소송비용은 없다는 점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본안 소송은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일본에 대한 공시송달로 소송을 진행해 원고승소 판결이 확정됐다”며 “그러나 한일 사이에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 위안부 합의 및 최근 양국이 위안부 합의 유효성을 확인하고 상당수 피해자가 그 기금에서 금원을 교부받은 점, 잔액이 일본에 반환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추심결정을 인용하는 것은 비엔나협약 제27조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실제 강제집행이 될 경우 “국가적 위신과 우리 사법부의 신뢰를 저해하는 등 중대한 결과에 이르게 되며 헌법상의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와도 상충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고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월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는 “이 사건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하기 어렵고 일본정부에 대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이때 재판부는 “소송 비용은 일본이 부담하라”는 주문도 함께 냈다. 무대응으로 일관한 일본은 항소하지 않았고, 1심 판결이 그대로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지난 2월 법원 정기 인사로 민사합의34부 구성원이 전원 교체됐는데 바뀐 재판부가 일본에 대한 강제집행을 두고 기존 재판부와 다른 입장을 낸 것이다.
다만 이번 결정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강제집행’ 단계에 관한 판단으로 종전 판결인 ‘소송’ 단계에 관한 부분이 아니”라며 “따라서 종전 판결과 배치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승소한 확정판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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