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 이들은 일제강점기에 발생한 심각한 인권침해 피해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일본 측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느냐에 대해선 법원의 판단이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21일 일본을 상대로 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한 반면, 2년 반 전인 2018년 10월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비슷해 보이는 두 사안에서 왜 다른 판결이 나온 것일까.
바로 소송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위안부 사건의 손해배상 청구 대상은 일본이라는 국가이고, 강제징용 사건의 경우 일본 기업이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상 원칙인 ‘국가면제’를 위안부 사건에 적용했다. 소송 상대가 외국이기 때문에 재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강제징용 판결에서 손해배상 청구 대상은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이다. 이 재판에서도 첨예한 공방이 있었다. 일본 기업들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일본이 한국에 5억 달러의 경제협력금을 제공한 것과 관련해 ‘양국의 모든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문구가 있다는 점을 내세워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미지급 임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일본 기업의 불법 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했기 때문에 한일청구권협정 대상이 아니다”라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또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경제협력금을 제공했을 뿐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한 것은 아니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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