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용 주사기 개발 중소기업이 해외 20여개국에 본격적으로 ‘K-주사기’를 수출한다.
일본으로 3000만개와 미국으로 3000만개 등 최대 2억개에 달하는 물량이며 추가 공급계약도 기대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을 받은 덕분에 주사기 생산량을 종전 대비 2배 이상 늘렸다. 그 결과 세계 곳곳이 코로나19 백신에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중소기업 풍림파마텍이 개발한 최소주사잔량(Low Dead Space·LDS) 주사기가 이번달부터 미국, 독일, 호주, 프랑스 등 20여개국에 2억개 가량 수출될 예정이다.
LDS 주사기는 주사 잔량이 84㎕(마이크로리터) 이상 남는 일반 주사기와 달리 4㎕ 정도만 남는 게 특징이다.
일반 주사기로는 코로나19 백신 1병을 5차례 투여할 수 있는 반면 풍림파마텍 LDS 주사기는 6회 투여할 수 있어서 백신을 20% 증산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풍림파마텍은 현재 해당 국가 인허가 당국과 최종적으로 협의를 거치고 있으며 이번달부터 순차적으로 주요 국가에 LDS 주사기를 내보낼 계획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총 3000만개 공급 계약을 맺은 일본으로 이번달에 수출 물량 선적이 시작된다. 또 미국에서의 3000만개를 포함해 다른 국가와의 계약도 순차적으로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에 따라서 2~3개월 내에 주사기 1억~2억개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며 “일본도 한 백신 공급제약사가 LDS 주사기 1억개 공급 가능 여부를 풍림파마텍에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풍림파마텍의 LDS 주사기는 국내에도 공급된다. 이미 질병관리청과 LDS 주사기 총 670만개 계약과 관련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풍림파마텍의 LDS 주사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직접 생산 현장을 찾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 중소기업들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은 더욱 값지다”면서 “풍림파마텍의 혁신 성과 뒤엔 대기업, 중소기업, 정부의 상생협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풍림파마텍과 협업한 대기업은 바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으로 풍림파마텍의 생산 공정을 혁신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수십년 제조경력을 보유한 현장 전문가 30여명을 군산 공장으로 파견한 뒤 금형 제작 등의 방식으로 스마트공장 구축을 도왔다. 이를 통해 기존에 월 최대 400만개 수준이던 LDS 주사기 생산량은 현재 1000만개 이상으로 2.5배 증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백신접종용 주사기 외에도 지난해에 마스크, 진단키트 등 코로나19 방역 관련 물품을 제조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공정 개선을 도운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정부의 협력이 없었다면 이른바 ‘K-주사기’의 해외시장 선전도 어려웠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LDS 주사기는 화이자 백신 조기 도입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 확보전에 치열하게 나선 가운데, 우리나라는 당초 화이자 백신을 올 3분기에나 공급받을 차례였다.
하지만 풍림파마텍의 LDS 주사기 공급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그 결과 지난 3월부터 화이자 백신이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부, 삼성전자, 풍림파마텍 등이 합심한 덕에 지난 3월 100만회분이 도입된 화이자 백신은 이번달 100만회 분, 5월 175만회 분, 6월 325만회 분 등 2분기까지 순차적으로 총 700만회 분이 공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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