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못믿겠다’는 검찰총장 후보…이성윤 모순행보 논란

  • 뉴시스
  • 입력 2021년 4월 22일 17시 07분


수사심의위와 전문수사자단문 소집 요청
총장 인선과 맞물려 해석…"기소 늦추기"
"수심위 권고 안 따랐던 이성윤 아이러니"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전문수사자문단 및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 지검장의 행보는 사실상 검찰 수사를 불신하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내부에서 적잖은 논란도 예상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이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에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검찰청(대검)에는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 달라고 했다.

이 지검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상황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수사팀이 편향된 시각에서 성급하게 기소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고 했다. 자신을 향한 표적 수사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 지검장 측은 “법률전문가들과 일반 국민들의 시각을 통해 이 검사장이나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 분명히 규명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 지검장이 추가 절차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당분간 수원지검이 이 지검장을 기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요청을 묵살하고 기소에 이를 경우 이 지검장이 주장한 ‘성급한 기소’라는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의 경우 검찰시민위원회가 먼저 열려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이 지검장 요구대로 회의가 열려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수주가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사건 수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던 이 지검장이 최근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는 상황과 현재 진행 중인 차기 검찰총장 인선 과정을 나란히 두고 해석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정부여당이 ‘피고인 검찰총장’ 탄생을 우려한다는 이야기들이 안팎에서 나오자 정권의 선택 부담을 덜기 위함이 아니냐는 것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기소를 늦춰 후보 지명까지는 받아보겠다는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이 지검장 입장에서는 혐의만 벗으면 바로 총장이라는 자리가 눈앞에 보이지 않는가. 고민 끝에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둘 중 어느 하나만이라도 유리한 판정을 해주면 기소를 하지 못할 것으로 본 것 같다. 이 지검장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정부 입장에서는 바로 이 지검장을 지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부에서는 이 지검장의 추가 절차 소집 요청을 두고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앞서 ‘검언유착’ 사건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과 관련해 열린 수사심의위 판단을 수용하지 않았던 만큼 결과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수도권 한 검사는 “한동훈 검사장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는 권고와 이 부회장을 불기소하라는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았던 이 지검장이 정작 본인 사건 판단을 수사심의위에 맡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약점이 될 것”이라며 “조직의 어른이 검찰을 못 믿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모습도 검찰 밖에서 어떻게 볼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