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KAIST 총장이 도산서원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이 15~28일 일정으로 진행 중인 ‘퇴계선생 귀향길 재현 걷기’ 행사에 참여했다. 18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에서 갓 쓰고 도포 입은 채 4구간 20㎞를 걸었다. 기획예산처장관 출신인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이 초청했다.
두 사람은 이 총장이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시절인 2015년 ‘카이스트 미래전략’(김영사 발행)을 첫 출간할 때 프롤로그에 선비정신을 강조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본 김 원장이 “첨단 과학기술과 미래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선비정신을 돌아본데 감동을 받았다”면서 자신의 저서 ‘퇴계처럼’을 선물했다.
이를 받은 이 총장은 김 원장을 KAIST 미래전략 세미나에 초청해 특강을 들으면서 선비정신에 대한 관심을 더욱 넓혀갔다. 이 총장은 올해 판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1’ 프롤로그를 쓰면서 선비정신의 중요성을 이처럼 강조했다. ‘선비는 정파나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대의와 국가, 백성을 위해 시시비비를 가린다. 이런 선비정신으로 국가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미래전략을 내놓는 것은 지식인의 책무이다.’
이 총장은 “우리가 거대 주변국 사이에서 살아남아 이런 발전을 이룬 것은 기적에 가까운 데 그 저변에 선비정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정파와 이해에 치우치지 않아야 미래가 제대로 보이고 미래전략 수립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소신 때문에 그는 그동안 7번의 카이스트 미래전략 보고서를 내면서 한번도 정부 인사나 정치인을 필진으로 참여시키지 않았다.
이 총장은 “여러 갈래의 선비정신 가운데 KAIST가 닮고 싶어 하는 것은 불편부당을 추구하면서도 진취적이고 수용적이며 실용적인 사상”이라고 강조했다.
1569년 69세의 퇴계가 서울에서 고향 경북 안동으로 되돌아가면서 걸었던 귀향길(270여km)은 성찰과 구도의 정신이 담겨 있어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에 비유된다. 당시 학문적으로 임금을 보필하던 퇴계는 조정의 만류를 뿌리치고 귀향을 택한다. 평소 염원했던 ‘착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善人多)’을 구현하려면 도리에 대한 깊은 학문 탐구와 지도자(선비) 양성이 시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귀향길 걷기는 2019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행사가 취소돼 올해는 방역수칙을 마련해 구간별(전체 14개 구간)로 4명씩 만 참여하고 있다.
2019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많은 인문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1회 참가자들은 인문답사기 ‘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를 공동으로 펴냈다. 김 원장은 “퇴계의 귀향길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즐기고 삶을 돌아보는 걷기 명소로 부상하길 기대 한다”고 말했다. 귀향길 걷기의 전 과정은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유튜브 채널(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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