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백신 지원 우선순위 밀리는데…정부 여전히 “자신 있다”

  • 뉴스1
  • 입력 2021년 4월 23일 05시 21분


경북 김천에 거주하는 75세 이상 일반인 대상 화이자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2일 김천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백신을 맞고 있다. 2021.4.22/뉴스1 © News1
경북 김천에 거주하는 75세 이상 일반인 대상 화이자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2일 김천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백신을 맞고 있다. 2021.4.22/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 우려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한미 백신 스와프’를 추진하고 있지만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백신 여유분을 인접국→쿼드 3개국(일본·인도·호주)→동맹국 순으로 지원할 것으로 전망돼 우리나라는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우리 방역당국은 이같은 우려 속에서도 백신 수급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우선 1단계 목표인 상반기 1차 접종 1200만명분‘을 달성한 이후 3분기부터는 본격적인 백신 수급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미국 인접국→쿼드3국→동맹국 순서‘ 전망…스와프 백신 종류도 입장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자신의 대통령 취임 후 100일 내 미국에서 백신 접종 2억회를 기록한 것을 자축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백신 여유분을 해외로 공유하는 안에 대해 “지금은 백신을 해외로 보내줄 만큼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향후에는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백신을 통한 대중국 견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는 백신의 양이 충분하지 않지만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최우선 과제에 대한 지원 대상국의 태도에 따라서 지원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앞서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420만회분을 캐나다와 멕시코에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쿼드 백신 전문가 그룹‘ 회의를 열어 백신 협력을 본격화했다.

이를 고려하면 미국으로부터 백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순서는 ’미국의 인접국→쿼드 3개국→동맹국→전세계‘ 순으로 추정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지원 순서는 뒤로 밀리는 양상이다. 백신 스와프 진행에 난항이 예고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전날(20일) 관훈토론회에서 우라나라의 쿼드 가입 혹은 미국내 반도체 공장 설립 등이 ’백신 스와프‘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일 정상회담 직후 일본이 백신을 추가로 얻은 것처럼 백신 수급은 국제정치의 영향력이 작동한다”며 “미국의 최우선 순위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니 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나라를 겉으로 드러내놓고 할 수는 없지만 (백신 지원을) 하지 않겠나”라고 봤다.

백신 스와프를 실행할 백신의 종류도 한미 간 입장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에 화이자 백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상반기 1200만명 1차 접종 반드시 달성”…“11월 집단면역 계획 다시 짜야” 목소리도

이같은 백신 수급 우려 상황 속에서도 우리 정부는 백신 수급에 자신 있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현재까지 각 개별 제약사와의 계약 물량이 들어오 고 있어 1단계 목표로 제시한 상반기 1200만명 1차 접종은 충분히 완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3분기 이후부터는 AZ·화이자 이외에도 백신 수급이 들어오면서 충분히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백신은 현재까지 직계약 물량은 ΔAZ 78만7000명분 Δ화이자 87만5000명분, 코백스 퍼실리티(백신 공급 국제기구) 물량은 ΔAZ 21만6000명분 Δ화이자 5만8500명분 등 총 193만6500명분이 도입된 상황이다. 상반기에 1809만회분(904만5000명분)의 도입이 확정되어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2일 출입기자단 온라인 백브리핑에서 백신 수급 우려에 대한 언론 보도를 두고 “생산적이지 않고 예방접종과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반복해서 말씀드리는 것처럼 6월말까지 1200만명의 1차 접종을 차질없이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혈전증 논란이 있었던 얀센 백신도 유럽의약품청(EMA) 안전성평가위원회(PRAC)의 “예방 이득이 부작용 위험성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근거로 도입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얀센 백신 600만명분의 구매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신범철 센터장은 “미국이 여름까지 집단면역을 추진한다고 했으니 5~6월분은 여유가 없겠지만, 8~9월에는 여유분이 나올 수 있다”며 “우리나라가 대중 외교에서 미국에 어느정도 협력하느냐에 따라 백신 협력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자신감 있는 태도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한창 백신 계약을 추진할 때부터 AZ백신 의존도를 높이면서 현재 수급 우려를 만들었고, 이후 백신 공급 계획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어 오히려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처럼 자신감 있는 태도를 견지할 것이 아니라 백신 수급 우려에 대한 현실을 인정하고 ’11월 집단면역‘이라는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8월에 국내에서 대량 생산을 한다고 하고 백신 스와프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 내용은 하나도 나오는 게 없다. 모더나도 5월에 들어온다고 했는데 올해 하반기 들어오면 거짓말한 것 아닌가”라며 “이미 버스가 지나갔다. 11월 집단면역은 물러갔으니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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