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사키트 학교 도입 두고 ‘팽팽’…“유일 대안” vs “혼란 키울 것”

  • 뉴스1
  • 입력 2021년 4월 25일 07시 21분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2021.4.22/뉴스1 © News1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2021.4.22/뉴스1 © News1
국산 자가검사키트 2종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아 일반인도 이르면 이번 주부터 사용할 수 있게 된 가운데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 학교 현장에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자가검사키트 도입 관련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교육당국은 정식 허가가 나온 이후 학교 도입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무증상 감염자를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과 낮은 검사 정확도로 인해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는 주장이 부딪치는 모습이다.

25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앞서 전문가용으로 허가를 받았던 에스디바이오센서·휴마시스 등 2개 업체의 자가검사키트가 3개월 이내 임상적 성능시험 자료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일반인 대상 조건부 허가를 받아 시판을 앞두고 있다. 개당 1만원 내외로 약국이나 인터넷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교육계 관심은 자가검사키트가 학교 방역 강화에 활용될 수 있을지에 쏠린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학교에 시범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은 한목소리로 학교 적용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식약처가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린 이후에도 교육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식 허가가 나오기 전까지 학교 도입 가능성을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정식 허가가 나오기까지의 판단 과정을 보고 학교에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할 것인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가검사키트를 학교에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두고 엇갈린 주장이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학교나 직장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동일집단이 생활하는 시설인 만큼 이런 곳부터 시범 적용하면 무증상 감염자를 걸러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미 지역사회 곳곳에 감염병이 만연해 있어 자가검사키트가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자가검사키트 도입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직장 같은 곳에서는 활용할 수 있겠지만 학교를 대상으로는 더 신중해야 한다”며 “위양성이 나오면 학교가 문을 닫게 되는데 전국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가검사키트 제품 2종에 대해 조건부 품목 허가를 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식약처 제공) 2021.4.23/뉴스1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가검사키트 제품 2종에 대해 조건부 품목 허가를 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식약처 제공) 2021.4.23/뉴스1
자가검사키트의 정확도를 두고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식약처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 제품은 독일에서 자가검사용으로 실시한 임상적 성능시험 결과 양성을 양성으로 판단하는 ‘민감도’는 82.5%, 음성을 음성으로 판단하는 ‘특이도’는 100%로 나타났다. 휴마시스 제품은 체코·브라질에서 자가검사용으로 실시한 임상적 성능시험 결과 민감도는 92.9%, 특이도는 99.0%로 나타났다.

앞서 서울대병원이 에스디바이오센서 제품을 사용해 서울대병원 입원환자 98명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민감도가 17.5%로 나타난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결과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가검사키트는 증상 발현 이후 1주일 이내 검사할 때 정확도가 높다. 서울대병원 연구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최소한 증상 발현 이후 2주 이상됐을 것이기 때문에 민감도가 낮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직원이나 학생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2회 정도 주기적으로 검사하면 정확도가 높아진다. 무증상 감염자도 50% 이상 잡아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등교나 출근 전 가정에서 자가검사한 뒤 양성이 나오면 유전자증폭(PCR)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오면 마스크 잘 쓰고 나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업체 측이 제시한 정확도는 ‘현장 조사’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며 “특히 자가검사키트는 바이러스 양이 많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를 잡아내는 데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학교처럼 민감한 곳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서울에서 시범 도입되는 ‘이동식 PCR 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이라며 “정확성이 높은 검사 방법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 교수는 이동식 PCR 검사의 경우 방역·의료인력에 한계가 있고 주기적 검사가 어렵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동식 PCR 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고 주기적 검사도 어렵다”며 “자가검사키트는 코 안쪽 얕은 비강까지만 검사하면 되기 때문에 깊숙한 비인두까지 검사하는 PCR검사보다 훨씬 간편하다. 어린 학생도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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