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서울의 한 노래방에서 직원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뒤 성폭력을 시도한 남성이 피해자와 합의를 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황의동 황승태 이현우)는 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39)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5년 간의 아동·청소년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2006년 6월 A씨는 서울의 한 노래방에서 일하고 있던 직원 B씨의 머리를 벽돌 등으로 내리쳐 정신을 잃게 하고,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은 발생 당시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14년간 장기미제로 남아있었지만, 지난해 3월 유전자 정보 대조를 통해 A씨가 범인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 2019년 다른 범행으로 수사를 받던 A씨를 조사하다가, 해당 사건의 용의자와 A씨의 DNA가 동일한 점을 발견해 체포했다는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A씨 측은 범행 당시의 사실관계 등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혐의를 인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씨는 범행 당시 술에 만취해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결정을 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또 7년 간의 아동·청소년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먼저 1심은 A씨가 범행 전 노래방에 미리 들어가 내부를 탐색한 점, 벽돌을 미리 준비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B씨의 진술을 고려하면 A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봤다.
이어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A씨가 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제 3자로서 A씨가 이 사건의 범행을 기억하는지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지만 지난 14년 동안 범행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않은 채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피해자는 A씨의 폭행으로 의식을 잃고 8일이 지나서 의식을 회복하는 등 총 73일간 입원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며 “피해자가 14년 동안 범인이 누군지도 모른 채 불안에 떨며 극심한 고통과 피해 속에서 살아온 점을 고려하면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검찰과 A씨 측은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왔다.
2심은 “이 사건 범행 내용을 고려할 때 A씨의 죄질은 매우 나쁘다”면서도 A씨에게 교통범죄 외 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A씨가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피해자가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들어 1심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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