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소 주춤하지만, 청계천은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이자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봄 날씨가 짙어지며 점심 산책을 나서는 직장인이나 아이들 손을 잡은 가족 나들이도 부쩍 늘었다.
그런 청계천이 요즘 밤마다 대형 술집으로 바뀌고 있다. 여기저기서 술판이 벌어져 거리 두기는커녕 마스크 착용이나 5인 이상 집합금지도 지켜지지 않는다. 물론 코로나19 장기화로 술 한잔 나눌 곳 찾기 마땅찮은 시민들의 스트레스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밀집 음주는 감염 위험도 높을뿐더러, 원래도 청계천은 음주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관련 기관들은 대책을 묻자 아쉽기 짝이 없는 반응을 보였다. “밤에 청계천에서 술을 마신다고요? 전혀 몰랐습니다.” 청계천이 흘러가는 종로구와 중구, 동대문구, 성동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청계천은 서울시 소관”이라고 답했다. 그나마 성동구는 낮에는 마스크 착용을 정기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는 어떨까. 시 관계자는 25일 통화에서 “조례에 따라 서울시설공단에 시설 관리 책임을 위탁했다. 방역 관련 업무도 공단이 맡는다”고 했다. 청계천 이용·관리에 관한 조례에도 ‘시설 관리와 운영 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잘못된 말은 아니다.
문제는 방역을 담당한 시설공단은 아무런 단속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공무원들처럼 과태료 부과도 할 수 없으니 시민에게 계도해도 별 효과가 없다. 그마저도 청계천에 상주하는 현장 안전요원은 7명뿐이다. 11km나 되는 청계천변을 7명이 순찰하니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서울시와 관련 구청들이 코로나19 방역에 손놓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가뜩이나 인력 부족에 애먹고 있으니 최대한 짐을 나누고픈 심정도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간 서울시와 4개 구가 청계천으로 얻은 관광수익이나 시민·구민들이 누린 혜택을 생각하면 무작정 뒷짐 지고 있을 처지는 아니다. 게다가 청계천에서 감염이 발생하면 결국 비용과 노력이 배로 들어간다.
다행히 서울시는 26일 “청계천과 한강공원 방역 강화를 검토 중이다. 우선 관할 구청과 협의해 단속 공무원을 추가 투입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방역은 내 책임 네 책임을 따질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걸 우리는 지난 1년 넘도록 뼈저리게 배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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