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문 두드리는 가상화폐… 가격변동성 커 모금단체들도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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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 사랑의열매에 비트코인 1억 기부… 환전 등 숙제 많아

최근 한국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상화폐’가 국내 기부문화에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기부단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침체된 나눔의 분위기가 가상화폐를 계기로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시세가 수시로 변하는 가상화폐의 가격변동성을 줄이려면 관련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지닥’을 운영하는 피어테크는 23일 1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모금회에 기부했다. 모금회는 이날 피어테크 측이 가상화폐 지갑주소로 비트코인을 보내주자 곧장 거래소를 통해 환전을 마쳤다. 모금회 관계자는 “가상화폐 기부가 새로운 기부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자산 안정성과 법률 등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부단체들에는 “가상화폐로 기부가 가능하냐”는 개인 기부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모금회에 비트코인을 기부한 피어테크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가 활성화되며 지난해 2분기 흑자로 전환했다”며 “가상화폐 투자 사업으로 번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가상화폐 기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국내 가상화폐 기부는 2017년 12월에 시작됐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스트’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포항지진 이재민 성금으로 10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 퀀텀을 기부하면서다. 당시 희망브리지 측은 전례가 없다 보니 기부를 받는 방식에서부터 현금화 시점까지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를 거쳤다고 한다.

희망브리지 관계자는 “역시 가장 큰 고민거리는 가격변동성이다”라며 “기부금에 손실을 끼쳐서도 안 되고, 지나치게 시세차익을 남겨 공공성을 훼손해도 안 된다. 이 때문에 희망브리지는 지갑주소로 보내온 가상화폐를 즉각 환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하루만 지나도 시세가 크게 요동치는 가상화폐의 가격변동성은 앞으로 기부단체들이 고민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장애인의 날이었던 20일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59이더리움을 기부하겠다고 밝혔을 때, 병원 측은 가상화폐를 환전해 현금으로 약 1억6000만 원을 기부받기로 결정했다. 병원 관계자는 “내부 회의에서 결국 손실을 방지하려면 현금 기부가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가상화폐 기부문화가 2013년부터 보편화됐다. 영국 세이브더칠드런은 2013년 가상화폐 거래소에 개설된 지갑주소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13가지 가상화폐로 기부를 받고 있다. 이 밖에 미국 그린피스와 유니세프 등도 자체적으로 블록체인 기술 기반 가상화폐 기부 플랫폼을 마련했다. 기부 즉시 현금화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원칙도 해외 기부단체에서 먼저 세웠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특성이 기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 내역을 분산시켜 기록하고 관리해 기부자가 직접 거래 내역을 추적해 살펴볼 수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기부금 사용처를 투명하게 볼 수 있고, 여러 기관이 거래 기록과 관리 권한을 분산해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기부단체를 사칭한 사기 피해를 경계해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 김 교수는 “미국 등 해외에선 기부단체인 척 가상화폐 지갑주소를 올리고 수익을 빼돌리는 사기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며 “기부단체들이 유니세프처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기부 플랫폼을 직접 마련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유채연 기자
#기부#가상화폐#모금단체들도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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