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시절 이른바 ‘구로농지 강탈 사건’으로 농지를 빼앗기고 소송사기범으로까지 몰린 피해자들의 유족에게 국가가 500억대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구로농지 강탈 사건에 연루됐던 농민 A씨 등 6명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구로농지 강탈 사건은 박정희 집권 시절인 1961년 구로공단 조성을 명분으로 농민의 토지를 강제수용한 사건이다.
당시 농민들은 “1950년 4월 농지개혁법에 따라 서울시로부터 적법하게 분배받은 땅”이라며 반발했지만 정부는 이 땅이 서류상 군용지였다는 점을 내세워 농민들을 내쫓았다.
농지를 뺏긴 A씨 등은 땅을 되찾기 위해 1964년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내 1,2심에서 승소했으나 이후 파기환송을 거듭하며 세번의 대법원 판단을 받은 끝에 1973년 패소가 확정됐다.
A씨 외 농민 다수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대부분 승소했다. 그러자 구로공단 조성의 차질을 우려한 박정희 정권이 검찰을 동원, 1968년부터 농민과 관련 공무원에게 소송 사기 혐의를 적용해 수사토록 했다.
수사 결과 농지분배 서류가 조작됐다는 이유로 농민 뿐 아니라 “농지분배 사실을 알고 있다”는 취지로 증언한 농림부 등의 담당 공무원들까지 사법처리됐다.
이후 2008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을 국가 공권력 남용으로 규정했다.
A씨 등 피해 농민의 유족들은 “국가는 하급심에서 승소한 A씨 등을 구속기소하고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로 자백을 강요했으며 유죄확정 판결을 받을 때까지 5~9년간 재판을 받도록 했다”며 “법관의 위법한 판결로 농지에 대한 권리를 상실했다”고 주장하면서 약 518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 등은 대법원 패소판결로 분배농지의 적법한 수분배자가 아닌 것으로 판정된 것이지 국가의 불법행위로 수분배권을 상실한 것이 아니다”면서 “당시 대법관들에게 위법·부당한 목적이 있었다거나 권한을 어긋나게 행사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국가로부터 농지를 분배받은 A씨 등이 위법 수사 등 국가의 불법행위로 수분배권을 상실했다”면서 “국가는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1심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피해 농민들이 보유하던 각 분배토지의 수분배권을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상실하게 됐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