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에 무리 없어 작업효율 극대화
농림부, 작년부터 전국 농가에 임대
소모품인데 매년 계약서 작성해 불편
농민들 “보급절차 간소화해야”
쪼그려 앉아 일하는 농민들의 작업 부담을 덜어주는 편의 의자, 이른바 ‘쪼그리’ 지원 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 때문에 농민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모품인데도 농기계로 분류돼 임대 계약을 해야 하고 사후 관리까지 받아야 하는 등 불편함이 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쪼그리는 의자처럼 생긴 방석이다. 안전벨트로 엉덩이에 고정시켜 장시간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 농민들의 육체적 부담을 덜어준다. 특허청에서 우수발명품으로도 선정됐다. 쪼그리고 앉아 일하면 무릎에 체중이 실려 관절에 무리가 가는데 쪼그리를 착용하면 무릎에 집중됐던 하중을 분산시킬 수 있어 작업 효율이 높아진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7년 수해 현장인 충북 청주를 찾아 봉사활동을 할 때 착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쪼그리의 작업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 사 지난해부터 농기계 임대사업으로 전국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농민들은 자치단체 농기계 임대사업소에 연 20%의 임대료(1만 원 제품의 경우 2000원)를 내면 1년간 사용할 수 있다. 사용 기간 1년을 초과할 경우엔 자체 폐기하면 된다. 쪼그리가 농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해 전남에서는 15개 시군에 9만2000여 개가 보급됐다. 올해는 수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 장성군 삼서면 대도마을의 윤장호 이장은 “다리 사이에 끼우는 기존 제품은 착용할 때 넘어지거나 흙이 잘 묻고 밴드 압박도 있어 불편했는데 쪼그리는 허리에 두를 수 있고 이동할 때도 편해 주민 모두가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쪼그리가 농촌 작업 현장의 필수품으로 사랑받지만 농민들은 보급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1년간 쓰고 버리는 소모품인데도 임대사업 대상이다 보니 관리기 파종기 등 농기계와 동일하게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사후 관리 품목으로 지정돼 읍면 공무원들이 이를 점검하는데 행정력도 낭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운영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남 강진군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김주환 씨는 “쪼그리는 일반 농기계와 달리 사용 기간이 짧고 재사용이 어려운 만큼 임대 계약 체결 없이 이장 등 대표자를 통해 일괄적으로 신청을 받아 처리하면 더 많은 농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봉 전남 영광부군수는 “농작업용 편의 의자 지원 사업은 농기계 임대사업 중 반응이 가장 좋다”면서 “농민들과 일선 공무원들이 쪼그리 보급 절차 간소화 등을 바라고 있어 농림축산식품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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