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서 작업하던 20대 숨져… 현장엔 안전관리자-안전장치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6일 2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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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뉴스1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뉴스1
지난달 경기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던 20대 근로자가 사고로 숨진 가운데 유족과 시민단체 등이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고 조사가 늦어지면서 유족들은 2주가 지나도록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경기공동행동 등으로 구성된 ‘고 이선호 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6일 오전 10시 반 평택항 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대책위는 “이선호 군(23)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사고 조사나 진상규명은 여전히 답보 상태”라며 “하청 관리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게 아닌 원청에 책임을 붇고 해양수산청, 관세청 등 유관기관에도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군은 지난달 22일 오후 4시 10분경 평택항 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나무합판 조각을 정리 하던 중 무게 300㎏가량의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아래에 깔려 숨졌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있어야 하지만 해당 현장에는 배정돼 있지 않았다. 당시 이 군은 안전 장비도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군이 당초 맡았던 업무는 항구 내 동식물 검역이었다. 이 때문에 이 군이 본래 업무와 다른 컨테이너 작업에 투입된 경위와 안전 수칙 준수, 사전 교육 여부 등에 대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대책위는 “사고에 대해 부두 운영사는 ‘해당 업무를 지시한 적 없다’는 말로 발뺌만 하고 있다”며 “사고 조사가 더뎌지는 통에 장례도 못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군의 유족은 “아이가 철판에 깔려 숨이 끊어져 가는 데도 회사는 119 신고가 아닌 윗선 보고를 우선하고 있었다”며 “반드시 진상을 밝혀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처벌해 줄 것 ”을 요구했다.

평택=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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