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조사’ 허위 보도자료 혐의… 검찰, 공수처 대변인 불러 조사
수사관 합격명단 유출한 파견 경찰… 모니터 화면 찍다 자기 모습도 노출
“보안의식 허술… 수법까지 어설퍼”, ‘공소권 조건부 이첩’ 논란도 부담
법조계 “수사역량 재정비해야”
검찰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을 해명하면서 허위 사실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대변인을 불러 조사했다. 공수처에 파견된 경찰관은 검사 및 수사관 합격자 명단 등 공문서를 외부로 유출해 내부 감찰에 적발됐다. 이 파견 경찰관은 명단 사진을 찍을 때 자신의 모습이 노출된 상태로 촬영한 뒤 이를 외부로 전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1호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악재가 연달아 불거지면서 “공수처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파견 경찰관, 허술한 보안의식에 수법도 어설퍼
공수처는 지난달 20일 검사 및 수사관 합격자 명단 등 공문서가 사진 파일 형태로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파악했다. 공수처는 이튿날 전 직원을 상대로 감찰해 곧바로 유출자를 찾아냈다. 경찰청에서 공수처로 파견 온 수사관이었다. 이 수사관은 PC 모니터 화면에 명단을 띄운 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는데 모니터 화면에 비친 그의 모습이 사진 속에 그대로 담겨 있었던 것이다.
공수처는 “파견 직원으로 공수처에 직접적 징계 권한이 없어 소속 기관에 통보하고, 수사 참고자료를 송부했다”고 6일 밝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허술한 보안의식에 유출 과정마저 너무 어설프다”면서 “경찰관 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조직 기강이 잡히지 않은 공수처의 현재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수처 대변인을 겸하고 있는 문상호 공수처 정책기획담당관은 4일 오전 수원지검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날 조사는 2시간가량 이뤄졌으며 검찰은 조만간 문 담당관을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김진욱 공수처장은 3월 7일 이 지검장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관용차(1호차)를 이 지검장에게 제공해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공수처는 지난달 2일 “청사 출입이 가능한 관용차가 2대 있었는데, 2호차는 체포 피의자 호송용으로 도주를 방지하기 위해 뒷좌석에서 문이 열리지 않아 이용할 수 없었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공수처의 이 같은 설명과 달리 2호차는 호송용으로 특수 제작·개조된 차량이 아닌 일반 승용차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고,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 이어지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 법조계 “1호 사건 전 수사 체계 정비돼야”
공수처는 최근 검사와 수사관 선발을 마무리하고 사건사무규칙을 제정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임 검사들은 4주간 법무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을 예정이라 당장 수사에 착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이런 와중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재조사 의혹 과정에서 불거진 ‘청와대발 기획 사정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로부터 이규원 검사 관련 사건을 이첩받았지만 50일 넘게 재이첩 또는 수사 개시 등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최근 제정한 사건사무규칙에 판사, 검사의 비위 사건의 경우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더라도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결정한다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 조항을 명시해 검찰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공수처장 임명 등 공수처 설립 단계에 관여한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공수처가 검찰의 뒤통수를 때린 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상위법 위반 소지가 많은 공수처의 사건규칙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다면 그 자체로 위법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면서 “지금은 1호 수사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수사 체계와 역량을 정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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