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자의 자녀 양육을 위한 방문동거 비자 대상을 여성으로만 한정하고 있는 법무부 지침은 성차별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안금선 판사는 베트남국적의 남성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체류기간 연장 등 불허가처분 취소소송에서 이같이 밝혔다.
A씨는 2019년 9월 우리나라 남성과 결혼해 귀화한 여동생을 만나기 위해 단기방문 비자로 입국했다. 두달 뒤인 같은해 11월 A씨는 “11살과 9살의 조카들을 돌봐야 한다”며 방문동거 자격으로 체류자격 변경신청을 했다.
결혼이민자가 자녀 양육이 어려운 경우 그 가족 중 1명은 방문동거비자로 체류자격을 변경받아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는 “조카들이 모두 만 7세 이상이고, 부모가 만 65세 미만이며, A씨가 여성이 아니다”라며 법무부 지침을 근거로 A씨 신청을 거부했다.
법무부는 결혼이민자 가족의 무분별한 장기체류를 막기 위해 자체 지침으로 그 대상을 만 18세 이상의 4촌 이내 혈족 여성 1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지침 요건에 A씨가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여동생 부부가 맞벌이로 조카들을 양육할 수 없는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체류자격 변경신청을 거부한 것은 양육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체류자격 변경 대상을 여성만으로 한정한 법무부 지침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4촌 이내 출산·양육 지원이 가능한 여성 혈족이 없는 경우 여성 혈족이 있는 경우와 달리 출산·양육 지원을 받지 못하는 차별을 받게 되는데, 이런 차별적 취급을 정당화할만한 합리적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출입국관리소는 “결혼 이민자 가족 중 상당수가 불법취업으로 적발됐고 성인 남성이 취업하지 않고 집에서 조카를 하루종일 돌본다는 것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불법취업 적발 결혼이민자 가족 중 남성의 비율이 여성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다고 볼 자료가 전혀 없다”며 “국내에서도 남성이 육아휴직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자녀 양육에 참여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외국인이라도 출산·양육지원을 위해 국내에 체류하는 게 이례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성만이 국내에 체류가 가능하다고 규정하는 것은 육아는 여성의 전유물이고 남성은 보조자에 불과하다는 고정관념 내지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강화하는 것”이라며 “그 자체로 국기기관의 재량권 행사기준으로서 사회적 타당성을 현저히 잃은 성차별적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침상 만 7세가 되는 해 3월까지의 아이들을 가진 가족이 대상이 되는데, 조카들이 모두 만9세와 만8세인 점, 여동생이 남편과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A씨의 체류자격 변경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봐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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