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하는 딸 부부를 대신해 손자들을 보살피는 할머니 조민경 씨(68)는 요즘 온몸에 파스로 도배를 하고 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손자 돌봄을 오롯이 책임지면서 노동의 강도가 극도로 심해졌다.
고등학생이 된 손녀딸은 그나마 낫다. 9세 손자는 끼니는 물론 온갖 놀이도 같이 해줘야 한다. 낯선 컴퓨터 원격수업까지 챙기고 나면 머리가 띵할 정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들이지만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니 갈수록 지쳐간다.
“친구들 못 본 지는 1년이 다 돼가는 것 같아. 노래교실이나 등산 같은 취미생활도 못 해본 지 오래됐지. 애들 수업 들을 땐 물 한 잔 마시러 가는 것도 발소리를 죽여야 해. 감옥이 따로 있나. 꼼짝달싹 못 하니 이게 감옥이지.”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아동 돌봄 가중으로 피해를 입은 또 다른 주인공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의 약 38%가 “교육·보육시설의 휴원 휴교 기간에 조부모의 지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71.1%였으며, 70대 이상도 23.6%나 됐다. 돌봄을 도와준 조부모는 아무래도 할머니(93.7%)로 할아버지(6.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손자들을 돌보는 건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신체적으로도 과도한 업무다. 10세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 김자옥(가명·75) 씨는 1년 동안 체중이 5kg 이상 빠졌다고 한다. 김 씨는 “원래도 무릎이 안 좋은데 코로나19 이후 통증이 더 심해졌다”며 “외출도 못 하고 운동도 못 하다 보니 무릎이 시큰거려 서 있기도 힘들 정도”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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