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소 권고는 위원들이 양측의 설명을 다 듣고 결정한 것이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위원들이 양측에 묻고 싶은 질문도 충분히 물어봤다.”
이 지검장의 수사와 기소 적정성을 심의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은 10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날 회의는 “수원지검 수사팀이 편향된 시각으로 성급하게 기소를 결정했으니 위원회가 다시 판단해 달라”는 지난달 22일 이 지검장의 요청에 따라 열렸다. 하지만 법학 교수와 변호사, 종교인 등 전원이 비검찰 인사인 수사심의위까지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자충수’를 둬 벼량 끝에 몰렸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 이성윤 “수사 미진” 호소에도 13명 중 8명 기소
이 지검장은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안양지청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심의위는 10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회의를 갖고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기소하라”며 이 지검장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수사팀에 권고했다.
수사심의위는 이날 회의 시작 직후부터 3시간 가까이 수원지검 수사팀과 이 지검장,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옛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의 입장을 차례로 들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이 지검장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를 받은 뒤 안양지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지검장이 ‘출국금지는 대검과 법무부가 협의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부당한 외압”이라며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통신 기록 등을 증거 자료로 첨부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 반가를 내고 회의에 참석한 이 지검장은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은 정당한 수사 지휘였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문 총장과 대질 조사를 받겠다”며 “수사팀이 계속 수사를 진행한다면 ‘외압’이 아니란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과반이 넘는 위원들은 이 지검장에게 안양지청 수사팀에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압박한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양 전 대법관을 제외한 출석 심의위원 13명이 무기명 투표에 참여했는데, 표결은 30분 만에 빠르게 이뤄졌다. ‘기소 8, 불기소 4, 기권 1’의 표결로 수사심의위는 이 지검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또 ‘수사 중단 8, 수사 계속 3, 기권 2’의 의견으로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수사심의위원회가 보강 수사 없이도 이 지검장을 기소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 첫 피고인 서울중앙지검장 될 수도…“기소 전 사퇴” 요구도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르면 11일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지난달 대검에 이 지검장을 기소하겠다는 보고를 했고, 검찰총장 권한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도 이를 승인했다. 이 지검장이 기소되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검찰청 수장인 서울중앙지검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지검장이 기소되기 전에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김 전 차관 관련 혐의로 검찰이 아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겠다던 이 지검장은 공수처로부터 ‘검찰 이첩’ 결정을 받았고, 수사심의위로부터도 ‘기소’ 권고를 받았다”며 “이제는 승복하고 겸허하게 재판을 받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 지검장 스스로 사직 의사를 밝힌 뒤 재판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을 거쳐 친정부 성향으로 불리던 이 지검장은 30년 검사 인생의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 관련 사건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 때문에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받지 못했다. 기소까지 될 경우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임명된 직후 단행될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에서도 이 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하거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유임할 가능성은 더 낮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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