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선정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경찰로부터 이첩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 사건을 ‘2021년 공제1호’로 등록했다. 조 교육감이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공수처는 이 특별채용의 적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조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한 감사원 등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복직된 교직원들을 특별채용하는 과정에서 조 교육감의 위법한 행위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볼 전망이다.
공수처가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현직 교육감을 1호 수사 대상자로 겨누면서 독립성 우려를 일부 불식시킬 수 있을 거라는 등의 평가가 없진 않다.
그러나 공수처가 지난달까지 접수된 1040건의 사건 중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판·검사 사건을 놔두고 기소권도 행사할 수 없는 사건을 굳이 ‘1호’로 선택했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참여했던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작성 및 유출 의혹 사건은 검찰로부터 이첩된 지 2개월이 다 되도록 ‘분석’ 중이다.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한해서만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 나머지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 교육감 등의 사건은 수사만 하고 기소 여부는 검찰이 판단한다. 지난 4일 공포한 공수처 사건사무규칙도 공소권이 없는 고위공직자 사건의 경우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부’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공수처가 검사 정원을 채우지 못한 데다가 그나마 있는 검사 13명(부장검사 2명, 평검사 11명) 중 검찰 출신이 4명에 불과해 수사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출범 100일이 지나도록 1호 사건에 착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자 ‘쉬운 사건’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위원은 “감사원의 고발 기록을 보면 굉장히 탄탄하다. 고발조치 할 정도면 강제수사 빼고는 완벽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공수처가 해야 할 수사가 별로 없다는 얘기가 된다”라고 말했다.
공수처가 기소 판단과 공소유지 과정에서의 책임과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기소권이 없는 사건을 골랐을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승 연구위원은 “공수처에서 이 사건에 기소의견을 달아서 검찰로 넘겼을 때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수사할 수 있을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이럴 경우 공수처 입장에서는 ‘수사는 완벽했는데 검찰이 공소유지를 못 한 거다’라는 식으로 무죄 판결 나올 시 빠져나갈 틈이 생기게 된다. 공수처 입장에서 보면 사실관계 조사도 됐고 기소 판단은 검찰이 해야 하는 나름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