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피해 아동의 신속한 의료 지원을 위해 앞으로는 야간, 주말에도 이용할 수 있는 전담의료기관이 생긴다. 의사, 변호사, 임상심리사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아동학대 판단회의’도 운영된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12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 중심의 학대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양천구에서 16개월 입양아가 학대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두 기관이 논의한 끝에 마련됐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아동학대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시대적 과제로 기관 간 벽을 허무는 협력을 통해 아동학대 없는 서울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시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서울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보훈병원, 경찰병원, 보라매병원, 이대서울병원, 적십자병원 등 8곳이 전담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모두 상급종합병원으로 피해 아동 치료에 필수적인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를 갖추고 있다. 또 서울대병원을 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해 수사 자문과 의학적 소견 발급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7월부터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아동학대 판단회의’가 자치구별로 운영된다. 아동학대 현장에서 경찰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해오던 학대 판정 과정에 의사, 변호사, 임상심리사 등이 참여해 보다 심층적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외관상 표시가 나지 않는 외상이나 정서적 학대 등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동학대 판단회의 등을 통해 보다 명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인프라도 확충된다. 기존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를 아동학대예방센터로 기능을 확대 운영하고, 학대 아동 조기 발견을 위해 취약계층 등 복지 사각지대 아동 대상 전수조사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58명에서 79명으로 증원된 자치구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191명으로 더 늘린다. 야간이나 휴일에 발생한 아동학대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전용차량을 지원한다. 현재 8곳인 서울 시내 학대 피해 아동 보호시설은 2023년까지 12곳으로 늘린다.
경찰은 아동학대 전담 체계를 구축한다. 서울경찰청 직속으로 신설된 19명 규모의 아동학대 특별수사팀은 13세 미만 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한다. 각 경찰서에 99명 규모의 여청(여성청소년)강력팀이 신설되고 아동학대 전담 경찰관도 증원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아동학대는 더 이상 가정 내 훈육이나 부모의 인성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위험 상황을 조기에 발견하고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 모든 아동이 웃을 수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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