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노바백스 국내 생산 논의 진전…백신 수급 숨통 트이나

  • 뉴시스
  • 입력 2021년 5월 14일 11시 06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관측 제기
체결시 mRNA 백신 국내 생산 첫 사례…수급에 숨통
SK바이오로직스, 노바백스 백신 계약 연장 가능성도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한미 ‘백신 동맹’ 논의가 진전되면서 하반기부터는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던 mRNA 방식의 모더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와의 라이센스 인(license-in)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공장에서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백신의 최종 병입 단계 생산을 맡기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송도 3공장에 화이자 백신 생산을 위한 설비를 깔고 있어, 8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수 있으며 연간 최소 10억 회분(5억 명분) 이상 생산할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최근 이 같은 보도가 연이어 이어지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오전 보도 내용에 대해 “현재 확정된 바 없어 확인이 불가하다”고 공시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삼성바이로로직스의 반응은 지난 12일 화이자 백신 위탁 생산 보도 때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던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

업계에서는 모더나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가 다음주 방한하는데 이때 국내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와 같은 mRNA 방식의 백신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중 감염 예방 효과도 화이자와 함께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이 백신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공장과 세계적인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업체인 스위스 론자에서만 생산했다. 국내 기업과 위탁생산계약을 체결한다면 mRNA 백신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첫 사례가 된다.

모더나 백신이 국내에서 생산된다면 그동안 어려움이 컸던 백신 공급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지금까지 코로나19 백신 1억9200만회분의 도입 계약을 체결했지만 현재까지 도입된 물량은 583만회분에 그치고 있다. 백신 개발사와 생산 시설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백신 확보에 나서면서 물량을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모더나와 지난해 12월 백신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도 아직 구체적인 도입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재 모더나 백신은 이르면 2분기 말 이후 4000만회(2000만명)분이 국내에 들어올 예정인데 국내에서 백신을 생산하게 되면 공급이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생산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생산량의 상당 부분은 국내에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등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에서 ‘희귀 혈전증 부작용’ 등의 논란이 생기면서 mRNA 백신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30세 미만에 대해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모더나 백신의 국내 생산이 반가운 소식인 이유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노바백스 백신 생산에도 기대감이 크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백신 동맹’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모더나와 노바백스 백신 국내 생산과 관련한 구체적인 업무 협약이 체결될 가능성도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의 백신 도입 계약은 기술이전생산 방식(라이센스 인·license-in)으로 체결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른 백신의 계약은 위탁생산 방식으로 체결돼 개발사가 원하는 만큼의 물량만을 생산할 수 있고 어디로 공급할지를 결정할지에 대한 권한도 개발사에 있었다. 반면 라이센스 인 방식으로 생산되는 노바백스 백신은 계약 범위 내에서 생산량과 공급처를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정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노바백스와 4000만회(2000만명)분의 백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르면 2분기 말부터 국내에 도입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는 달리 합성항원 방식의 백신이어서 ‘희귀 혈전증’ 부작용 논란에서 비켜나 있고, mRNA 백신보다는 보관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문 대통령과 스탠리 에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의 면담 이후 노바백스의 라이센스 인 계약을 내년까지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와 관련한 업무협약이 체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라이센스 인 방식으로 백신을 생산하면 국내 공급 뿐 아니라 해외 수출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백신 허브’로 만들자는 구상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되는 셈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에르크 노바백스 CEO와의 면담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 이전을 통한 생산은 우리나라에 굉장히 의미가 크다”며 “한국에서 생산한 백신을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한국이 백신 생산국가로서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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