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안전한 거 맞나?”…백신 이상반응 통계 살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4일 14시 43분


[코로날리지(Corona+Knowledge)] <12>

“잘 아는 치과의사가 있는데, 이 친구도 ‘혈전 무서워서 백신 안 맞겠다’고 하더라고요.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수도권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A 교수가 기자와 통화 중 한 말입니다. 의료인마저도 이상 반응에 대한 두려움으로 백신 접종을 꺼리는데,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얼마나 크겠냐는 거죠. 그럴 만도 한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뒤 우리는 매일 아침 ‘이상반응’ 뉴스를 접하고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접종 후 이틀 만에 사망했다고 하고, 접종 후 하반신 마비 증세가 왔다는 분도 계셨죠. “혹시 내게도 저런 일이?” 하는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이상반응에 대한 불안은 접종 사전예약률에서도 나타납니다. 13일 0시 기준 65~74세 일반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률은 44% 수준입니다. 아직 실제 접종까지 시간이 2주 가까이 남긴 했지만 예약률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입니다.

방역 당국과 국내외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은 위험성보다 이득이 크니 믿고 맞아 달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의 호소대로 안심하고 백신을 맞으려면 일단 정확히 알아야겠죠. 최근 질병관리청이 정리해 내놓은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신고 통계를 한 번 조목조목 뜯어보겠습니다. 이상 반응은 도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얼마나 나오고 있는 걸까요?




● 1.8%→0.12%… 이상반응 신고율 점점 낮아져


전체 이상반응 신고 건수부터 볼까요. 12일 0시 기준 2만678건이 접수됐습니다. 이 시점까지 1, 2차 접종을 합해 436만3470건의 접종이 이뤄졌으니 접종 200건 당 1건 꼴(0.47%)로 신고가 들어온 셈이네요. 영국(0.6%), 독일(0.3%), 노르웨이(0.7%) 등 해외 사례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 단위로 쪼개 보면 이상반응 신고가 접수되는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접종 첫 주(2월 26일~3월 6일) 1.81%에 이르던 신고 비율이 최근(4월 25일~5월 1일)엔 0.12%까지 감소했는데요. 접종자 분들이 두통과 발열 등 경미한 이상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하게 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금껏 신고 된 이상반응 중 95% 이상이 경미한 이상반응이었습니다.




이상반응 신고율이 낮아지는 건 시기별로 주요 접종 대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월부터는 75세 이상 고령층 대상 접종이 시작된 탓에 (이상반응) 신고 비율이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경미한 이상반응의 경우 면역 반응이 활발한 젊은 층일수록 강하게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실제로 20대의 신고율은 2.9%에 이르는데, 75세 이상으로 가면 0.1%만 이상반응을 신고했습니다.




● ‘기타 예약자’ 이상반응 신고율 0.047%로 최저


나이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닙니다. 접종 대상군 별로도 이상반응 신고율에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고율이 가장 낮았던 대상군은 ‘기타 예약자’입니다. 이상반응 신고 비율이 0.047%에 불과해 평균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기타 예약자’ 카테고리에는 우선접종 대상이 아니지만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려 남는 백신을 맞은 사람들, 해외 출장을 가기 위해 백신을 맞은 사람들 등이 포함됩니다. 즉 순서를 앞당겨서라도 백신을 빨리 맞고 싶었던 사람들, 그리고 업무 때문에 백신 접종이 꼭 필요했던 사람들은 이상반응 신고가 적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반면 경찰, 소방 등 사회필수인력은 이상반응 신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0.7%).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회필수인력의 경우 본인은 접종을 꺼리지만 의무감 때문에 백신을 맞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이에 따라 이상반응 신고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경찰은 안팎에서 ‘강제 접종’ 논란이 일 정도로 조직 내에서 접종을 강하게 권유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죠.

한편 신고율이 가장 높았던 대상군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종사자들입니다. 50명 중 1명꼴로 이상반응을 신고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증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상반응을 신고하기 용이한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별로도 신고 비율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울산의 경우 신고 비율이 0.9%에 이르는데, 세종시와 충북, 전남 등에선 0.3%였습니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우리 지역이 특별히 이상반응이 많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울산이 타 시도에 비해 젊은 근로자 비율이 높아 신고에 적극적인 게 아닐지 싶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얼마나 백신을 맞는 사람의 태도나 주변 분위기에 따라서도 이상반응 신고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 야구장에서 ‘치맥’할 날을 그리며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지 어느덧 1년 하고도 넉 달 가까이 지났습니다. 이때쯤 태어난 아기는 어느덧 아장아장 걸을 만큼 컸겠네요. 전 세계가 바이러스와 길고 지루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싸움을 끝낼 유일한 무기는, 모두 알고 계시듯 백신뿐입니다.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은 국민이 백신을 맞아야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날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접종이 꺼려진다면 백신을 맞아야 할 여러분만의 이유를 한 번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프로야구 팬인 기자는 ‘야구장 치맥’이 그 이유입니다. 제한적으로 관중 입장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시원한 맥주 한 잔이 빠진 야구장은 앙금 없는 찐빵 같습니다. 우리 팀 응원가가 입에서 간질간질 맴도는데, 입 꾹 다물고 경기만 봐야 하니 그것도 고역이죠. 그래서 기자는 차례가 오면 기쁜 마음으로 접종 장소에 갈 것 같습니다. 주머니에 타이레놀 몇 알 챙기고, 좋아하는 선수 응원가를 머릿속으로 흥얼거리면서요. 여러분의 ‘백신 맞을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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