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최서원 씨의 문화일보 독자투고 전문. |
<딸 정유라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 유라야! 엄마는 너에게 매일 글을 쓰면서, 너를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있어. 이 생애를 살면서, 너와 내가 같이 살았던 시간보다 헤어지고, 떨어져 있었던 순간이 더 많았고, 앞으로도 더 많을 것 같음에… 가슴 저리는 고통이 늘 엄마를 힘들게 해. 유라야! 넌 어릴 때부터 유난히 말을 사랑하고 동물을 너무 좋아하던 맑고, 깨끗한 아이였어. 언젠가 5살 때 마장에서 코치님이 말을 끌고, 그 위에서 놀라지도 않고, 재미있게 타던 너의 모습이 그리움으로 가득히 남아 참으로 같이 가고 싶단다. 엄마는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마음에, 너는 아빠랑 엄마 몰래 찍어놓았다가, 햄스터랑 거북이를 사 가지고 엄마에게 들켰다가 너를 눈물 빠지게 혼냈던 엄마가 이젠 후회스럽고 미안해. 너의 그 마음을 못 알아준 게 요즘은 왜 이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가 후회되는지 모르겠어. 유라야! 늘 철창 너머로 보이는 너와 우리 손주들을 보면서 그 순간들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고 살아남고자 하는 존재의 이유야. 우리 딸! 언젠가 너의 사랑하는 말들과 다시 만나 훨훨 뛰어다니는 너의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네가 그랬지? “이젠 말 근처도 가기 싫다”고. 못된 어른들의 잔인함에 희생된 너에게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구나. 그래도 우리 딸이 그 먼 길을 어린 손자들과 엄마를 찾아오는 그 발걸음이 고맙고, 항상 네 뒷모습을 보면서 걱정이 된단다. “우리 큰 손주가 할머니는 왜 만질 수가 없어”하고 철없이 물었을 때 너와 내가 얼마나 눈물을 감추고 가슴 아파 했니? 엄마 없이, 누구도 쳐다보지도 않고, 도와주지도 않는 이 매정하고 가혹한 세상의 허허벌판에서 너의 삶을 지키고 아이들을 잘 키워준 우리 딸! 앞으론, 이생의 남은 20대의 삶과 다가올 삶이 힘들더라도… 너를… 또 아이들을 사랑하며 소중히 살아주고 버텨주길 바라…. 이 생이 지나가면 다음 생은 없는 것이니까. 유라야! 그래도 세상은 너를 봐주는 소중한 아가들이 있고, 갇혀 있지만 너를 기다리며 사랑하는 엄마가 있다는 걸 늘 가슴에 간직하고, 너의 남은 삶은 고통 속에서 희망으로 이겨내길 바랄게. 미안하고 사랑하는 소중한 우리 딸에게. 엄마 최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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