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檢내부 “공소장, 내부망서 열람 가능, 불법 유출로 몰아가는 게 의아”
“국민 알권리 지나친 제한” 우려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019년 안양지청 검사들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내용이 당사자 송달 전 공개된 것과 관련해 14일 대검찰청에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박 장관은 이 지검장에 대한 사건의 공소장 범죄사실 전체가 당사자 측에 송달도 되기 전에 그대로 불법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진상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감찰1과와 감찰3과, 정보통신과 등이 협업해 진상 규명에 나섰다. 대검은 박 장관 지시 전에 자체적으로 경위를 확인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의 지시는 여당이 이 지검장 공소사실 보도에 대해 ‘유출’ 프레임을 제기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최고위원은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된 바 없고 이 지검장 변호인에게도 송달되지 않았다. 공소장 유출 사실을 감찰하라”고 했다. 이 지검장 기소를 “억지춘향 격”이라고 비판한 박 장관은 14일 출근길에서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다”고 했다. 언제든 감찰 지시나 관련 수사 지휘를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이 지검장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일주일째 법무부 장관을 이렇게 몰아세우느냐. 다 법과 절차가 있다”며 불쾌감을 피력했다.
검찰 내부에선 법무부가 진상 조사를 지시하면서 이미 불법을 단정하고 있는 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언론에 보도된 이 지검장 공소사실은 검사들이 사용하는 이프로스 내 수사 결정 시스템을 통해 전국 검사들이 열람할 수 있는 문서다. 한 검사는 “수사 지휘를 빙자한 수사 무마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 사건에 대한 검사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며 “공적인 소추 과정이 담긴 공소장에 대해 ‘불법 유출’ 문제를 제기하는 건 수사 위축 효과를 직간접적으로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정에 넘겨진 공소사실 보도에 유출 프레임을 적용하는 건 공적 사안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우려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공소장을 비공개한 이후 고위층의 인격과 명예권은 깊이 보호되는 반면 일반 서민들의 정보 접근권이 제약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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