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18 정신을 “현재 살아있는 시대정신이자 헌법정신”이라고 강조한 것은 독재에 저항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재적 의미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통해 되새겨보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잠행을 이어가던 윤 전 총장이 5·18 41주기를 맞아 언론에 메시지를 내면서 정치활동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윤 전 총장은 16일 “5·18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이 우리 국민들 가슴 속에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어떠한 형태의 독재와 전제든 이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3월 4일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반대하며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날 때 역설했던 ‘헌법정신’과 ‘자유민주주의’를 5·18 41주기를 계기로 다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17일에는 “5·18 정신은 힘을 가진 자가 권력을 남용해 누구를 탄압할 때, 그것이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끊임없이 거부하고 저항하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전 총장의 5·18 메시지는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는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뜻이 그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전두환 신군부 권력에 저항한 41년 전 광주에서나, 민주화가 이뤄졌다는 지금이나 힘에 기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이 그치지 않고 있는데 그런 권력 남용에 대해서는 국민이 문제를 제기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는 점을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권 비리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임기제 총장인 자신을 압박해 조기 퇴진시킨 문재인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메시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검찰주의자가 민주주의를 말하다니 여름에 솜바지 입고 장에 가는 꼴”이라며 “직전 검찰총장으로 검찰개혁에 저항하다가 사표를 낸 사람이 5·18 정신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정치의 링에 오르는 순간 정치의 매운맛을 보게 될 것”이라며 “제2의 반기문이 될 공산이 크다. 정계은퇴가 아니라 정계조퇴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5·18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행위가 5·18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조 의원은 “우리가 가꾸고 계승해야 하는 ‘광주 정신’은 어떤 형태의 독재와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라며 “민심에 눈 감고, 귀 닫는 것이 독재”라고 밝혔다.
한편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전국의 만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14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차기 대선 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33%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26.5%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였고, 이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9.2%, 홍준표 무소속 의원 5.4%, 오세훈 서울시장 3.9%, 정세균 전 국무총리 3.6%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17일 TBS가 보도한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6.9%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홈페이지에 실려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