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철 기소 다가선 수원지검, 대검에 ‘불법출금 개입 혐의’ 보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0일 03시 00분


이규원 검사 수사 무마 관여 의혹
기소 놓고 막판 의견 조율 착수… ‘윤중천 보고서’는 공수처서 수사
李, 검찰 인사 관여해온 靑핵심… 檢안팎 “기소땐 자리 물러나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선 기소를 피했던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이 이번에는 기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19일 검찰 안팎에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이 비서관에 대한 수사를 조만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은 안양지청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12일 기소한 데 이어 이 비서관의 혐의 내용을 대검찰청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이 비서관에 대한 기소 여부 등을 두고 대검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검 수사팀의 조사 결과 이 비서관은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 금지가 내려질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번갈아 통화하며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의 승인이 없으면 출금이 안 된다”는 이 검사의 얘기를 조국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게 전달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수사팀은 안양지청 수사팀이 이 검사를 수사하려 하자 이 비서관이 조 전 수석에게 “이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얘기해 달라”고 하는 등 수사 방해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이 검사와 이 지검장이 기소된 상황에서 사건 전반에 연루된 이 비서관도 기소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비서관은 이 검사가 윤중천 씨 면담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뒤 언론에 유포했다는 ‘기획사정’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가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검사가 윤 씨를 여섯 차례 면담할 때마다 이 비서관과 통화한 기록을 확보한 상태다. 이 비서관이 청와대에 있으면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변호인으로 활동하는 등 변호사법 등을 위반한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이 비서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도 받을 수 있다. 공수처는 ‘윤중천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를 받는 이 검사 사건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공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 비서관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대검은 수원지검 수사팀으로부터 보고받은 이 비서관의 혐의 내용을 검토한 뒤 향후 수사방향과 기소 여부 등에 대해 수사팀과 신중하게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새 검찰총장이 취임해 인사가 이뤄지기 전에는 이 비서관에 대한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26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경우 이르면 다음 달 중순 검찰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비서관은 2017년 5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들어가 선임행정관을 거쳐 비서관까지 승진하며 현재 민정수석실의 핵심으로 꼽힌다. 현 정부에서 네 번 민정수석이 교체되는 중에도 계속 자리를 지켰다. “이 비서관은 현 정부에서 이 지검장보다 실질적 위상은 더 높은 사람”이라는 법조계의 평가까지 나온다.

그는 2019년 3월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성접대 의혹) 동영상을 육안으로 봐도 김 전 차관이 확실하다”고 한 직후 ‘버닝썬’ 사건에 연루된 윤규근 총경과 텔레그램 대화에서 “더 세게 했어야 했는데” “검찰과 대립하는 구도를 진작에 만들었어야 했는데”라고 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선임행정관 신분이었다.

검찰 안팎에선 이 비서관이 기소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 비서관은 그동안 검찰 인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소될 경우 검찰 인사에 관여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이광철 기소#수원지검#불법출금 개입 혐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