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공연장 갖춘 도서관… ‘다산 실사구시’ 담았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1일 03시 00분


남양주시 정약용도서관 개관 1년

20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에 있는 ‘정약용도서관’ 1층 로비. 남양주시 제공
20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에 있는 ‘정약용도서관’ 1층 로비. 남양주시 제공
“천지에서 무슨 소리가 제일 맑을까/눈 덮인 산 깊은 곳의 글 읽는 소리로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시 ‘송파수작(松坡酬酢)’ 중의 한 구절이다. 경기 남양주시가 정약용의 정신과 역사적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지난해 ‘정약용도서관’을 지었다. 21일이면 개관한 지 꼭 1년이 된다.

정약용도서관은 마땅한 랜드마크가 없던 남양주시의 ‘만남 장소’로 자리 잡으며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1년 동안 다녀간 관람객만 40만 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정약용도서관’ 해시태그를 단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3600건이 넘는다. 김선미 정약용도서관 운영팀장은 “칸막이 없이 탁 트인 공간에서 편안한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쉴 수 있게 하는 공간의 변신으로 남양주에 새바람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 북유럽 감성을 담다
감각적인 공간과 자연 친화적 채광이 돋보인다. 로비 옆 970㎡ 규모의 어린이자료실에는 아이들이 뛰어놀면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남양주시 제공
감각적인 공간과 자연 친화적 채광이 돋보인다. 로비 옆 970㎡ 규모의 어린이자료실에는 아이들이 뛰어놀면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남양주시 제공
평소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조선이 낳은 천재로 평가받는 ‘정약용’과 ‘도서관’, 그리고 ‘남양주’의 만남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운명과도 같았다.

정약용은 1762년 남양주 조안면에서 태어났다. 15세 때 결혼과 함께 서울로 가 관직을 했고 57세가 되던 1818년 다시 고향인 조안면에 돌아왔다. 183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저술 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냈다.

정약용도서관은 다산동에 위치하고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2807m²로 328억 원이 들어갔다. 전국 공공도서관 중 여섯 번째로 면적이 넓다. 경기 북부지역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정약용도서관은 스웨덴 스톡홀름 중앙도서관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도서관을 벤치마킹 해 감각적인 공간 구성과 자연 친화적 채광, 개방감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 8.6m 높이의 대형 책꽂이가 시민들을 마주한다. 책꽂이에는 23만2000여 권의 책이 자유롭게 꽂혀 있다. 약 1000권의 책이 한 달에 한 번씩 새로 비치된다.

책꽂이 옆에는 970m² 규모의 어린이 자료실을 꾸며 아이들이 뛰어놀면서 책을 볼 수 있게 했다. 최근에는 남양주시와 스웨덴대사관이 주최한 ‘축하해, 삐삐! & ALMA 수상도서전’을 여는 등 해외 우수 아동문학도 볼 수 있다. 다산동에 사는 이모 씨(39·여)는 “집 가까운 곳에 책 종류가 다양하게 있어 아이들과 함께 힐링 하러 오는 장소가 됐다”고 말했다.

○ 시민 누구나 이용하는 ‘열린 도서관’
정약용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2층과 3층 종합자료실에는 다양한 문화·편의 공간을 마련해 자연스럽게 시민 커뮤니티 형성을 돕고 있다. 최대 25명이 들어갈 수 있는 콘퍼런스룸 6개를 만들었다. 세미나실과 320석 규모의 공연장은 시민들의 소통 장소가 됐다. 또 지역의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와 레스토랑, 청년스타트업 스토어, 공유공방, 편의점을 입점시켜 다양한 취향과 연령대의 방문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도서관이 공부나 독서의 공간으로 머물지 않고 생각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전문가들과 수백 번 논의해 공간디자인과 배치 등에 힘을 쏟았다”고 강조했다.

정약용도서관은 지난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우수사례에 선정됐다.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 등 중앙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의 벤치마킹도 이어졌다. 정약용도서관은 ‘환경 혁신’에도 한몫하고 있다. 지열 냉난방 시스템과 빗물 재활용도 가능한 에너지효율 1등급 녹색건축물로 설계했다.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소모량을 30% 줄여 연간 이산화탄소 920여 t을 절감했다. 석유 33만 L의 대체 효과가 있는 셈이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맛집#공연장#도서관#정약용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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