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가게 덮친 5t 대형트럭… 폭발 화재로 여주인 등 2명 참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1일 03시 00분


서울 금천서 5층 건물 화재

20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도로에서 5t 대형트럭이 건물로 돌진하면서 큰 폭발이 일어나 벽면이 검게 그을려 있다. 폭발로 산산조각이 난 건물 잔해가 인도는 물론 차도까지 널려 있다. 마주 오던 1t 화물차와 충돌한 뒤 건물 1층을 들이받은 이 대형트럭은 차체가 전소된 채 견인차량 위에 올려져 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뉴시스
20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도로에서 5t 대형트럭이 건물로 돌진하면서 큰 폭발이 일어나 벽면이 검게 그을려 있다. 폭발로 산산조각이 난 건물 잔해가 인도는 물론 차도까지 널려 있다. 마주 오던 1t 화물차와 충돌한 뒤 건물 1층을 들이받은 이 대형트럭은 차체가 전소된 채 견인차량 위에 올려져 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뉴시스
“늘 함께 등산을 다니다가 오늘만 몸이 안 좋아 혼자 보냈는데,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20일 오후 서울 금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모 씨(62)는 얼이 빠진 듯 황망한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금천구 시흥동에서 5t 대형트럭이 건물로 돌진해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건물 앞 횡단보도에서 김 씨의 부인 문모 씨(60)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김 씨는 “날씨도 안 좋아서 (부인에게) 가지 말라고 했는데, 혼자 갔다가 이 사달이 났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20일 오전 11시 1분경 시흥동의 한 도로에서 식품을 운반하던 5t 대형트럭이 마주 오던 1t 화물차와 충돌한 뒤 인근 5층 규모의 건물 1층과 맞붙어 있는 과일가게를 덮쳤다. 충돌 약 5초 뒤 강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과일가게 주인 등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대형트럭 운전자는 얼굴 등에 화상을 입었으며, 건물의 부동산중개사무소와 미용실 등에 있던 시민들이 부상당했다.

○ 충돌 직후 대형 폭발이 화재로 이어져
(동아일보 입수 영상)
(동아일보 입수 영상)
사고 직후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전 11시 18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화재 진화에 나섰다. 오전 11시 43분경 큰 불길이 잡혔고, 오후 2시 12분경 완전히 진화됐다. 현장에는 소방 136명을 포함해 경찰과 구청 관계자 등 166명과 소방차 39대 등 차량 54대가 동원됐다.

소방당국은 대형트럭이 충돌한 직후 건물옆 가스배관이 손상되며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건물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건너편에 있는 카페 외부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대형트럭이 과일가게를 들이받고 약 5초 뒤에 강한 폭발이 발생했다. 건물 앞 4차로 도로 건너편에 있는 해당 카페의 유리창이 박살 날 정도로 큰 폭발이었다.

이후 대형트럭이 들이받은 건물은 순식간에 거센 불길에 휩싸이며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사고 건물 옆 건물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황재국 씨(62)는 “가게 안에 있다가 폭발 소리에 놀라서 뛰쳐나왔다”며 “뭔가 강한 압력이 느껴지면서 가게 유리창이 깨졌고, 파편이 튀는 바람에 얼굴 등에 찰과상을 입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건물을 들이받은 대형트럭을 운전한 40대 운전자는 얼굴과 왼팔 등에 화상을 입었으나 의식은 온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CCTV 영상에서도 운전자는 폭발 약 30초 뒤에 조수석 쪽 문을 열고 트럭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잡혔다. 운전자는 사고 경위에 대해 “운행 중 골목에서 갑자기 화물차가 튀어나와 이를 피하려다가 건물을 들이받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1t 트럭 운전자는 팔 부위를 다쳤으나 비교적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입건할 예정”이라며 “일단 현재로선 두 차량 모두 과속은 아닌 것으로 보이나, 어느 차량이 먼저 중앙선을 침범했는지 등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 “성실하던 가게 주인이 참변 당해”
이 사고로 문 씨와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여성 김모 씨가 목숨을 잃었다. 소방 관계자는 “CCTV 영상 확인 결과 사망자 가운데 1명은 과일가게 앞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정확한 사인이 차량 충돌인지, 화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문 씨의 남편 김 씨는 “등산을 간다며 집을 나선 부인이 연락이 닿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한 장례식장에 사고를 당한 미확인 시신이 안치돼 있단 얘기를 듣고 둘째 딸과 함께 달려와 부인을 확인했다. 이후 장례식장에 도착한 문 씨의 첫째 딸과 막내 아들은 하염없이 통곡했다.

인근 주민들은 과일가게에 있다가 사고를 당한 김 씨를 “밤낮없이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인근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경자 씨(60)는 “과일가게를 하면서도 겨울에는 매일 오후 10시까지 뻥튀기와 풀빵 노점상을 할 정도로 성실했다”며 “몇 달 전에 가게를 내놓았는데, 권리금 때문에 나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속상해했다. 또 다른 주민은 “과일가게를 연 지 2년 정도 됐다. 보통 오후에 문을 여는데 오늘 따라 일찍 나와 있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태성 kts5710@donga.com·오승준· 조응형 기자
#폭발 화재#건물 화재#트럭 충돌#금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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