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단독] ‘공수처 수사 1호’ 조희연의 수상한 해명

  • 신동아
  • 입력 2021년 5월 21일 10시 59분


특채 교사 자소서엔 본인 식별 정보, 면접관은 지인
● 조희연 교육감, 공수처 수사 대상 1호
● 해직 교사 특채 과정에 직권 남용 의혹
● 조 교육감 “지원자 특정 불가” 해명
● 복직 교사, 자소서에 본인 식별 가능 정보 기재
● 서울시교육청 “해석 차이…비약이라 생각”

4월 29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채용 과정은 모두 블라인드 전형으로 진행해 지원자들을 특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뉴스1
4월 29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채용 과정은 모두 블라인드 전형으로 진행해 지원자들을 특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뉴스1
“채용 과정은 모두 블라인드 전형으로 진행해 지원자들을 특정할 수 없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4월 29일 기자회견에서 해직 교사 5명을 부당하게 특별채용한 의혹에 대해 해명하며 꺼낸 말이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에 아랑곳 않고 조 교육감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와 관련해 5월 4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감사원이 고발한 조 교육감 사건을 공수처의 요청에 따라 이첩했다. 조 교육감은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공수처의 칼날이 검찰을 겨누리라 기대했던 여권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5월 13일 페이스북에 “공수처는 중대범죄도 아니며 보통 사람의 정의감에도 반하는 ‘진보교육감의 해직교사 채용의 건’에 대해 별스럽게 인지수사를 한다고 눈과 귀를 의심할 만한 말을 했다”고 썼다.

공수처, ‘쉬운 사건’ 택했나


공수처는 조직을 온전히 구축하지 못한 탓에 수사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비교적 ‘입증이 쉬운 사건’을 택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감사원이 이미 증거자료를 다수 확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4월 23일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보고서 ‘지방자치단체 등 기동점검’을 보면 조 교육감을 둘러싼 의혹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감사보고서를 통해 재구성한 사건 경위는 이렇다. 2018년 6월 재선에 성공한 조 교육감은 전국노동교사조합(전교조) 서울지부와 서울시의원 2명으로부터 의견서를 전달받는다. 전교조 소속 교사 4명 등 총 5명의 해직 교사에 대한 특별채용을 추진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조 교육감은 7~8월경 채용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해직 교사 5명에 대한 특별채용을 지시한다.

당시 교사 4명은 ‘당연퇴직’ 처리돼 교사직을 상실한 상태였다. 이들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2012년 11월 29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들 교사 4명에게 벌금 2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직선거법 266조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공직자에게 형을 확정받은 시점으로부터 5년간 공무담임을 제한한다.

나머지 1명의 교사는 2002년 4월부터 12월까지 16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특정 정당 후보를 비방하는 표현을 109회 이상 사용한 혐의로 교사직을 상실했다. 대법원은 2003년 10월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교사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형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그는 2007년 2월 12일 사면 복권됐다.

채용 지시를 하달받은 담당 국·과장은 조 교육감에게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해직 교사 중 1명은 2018년 교육감 선거 당시 조 교육감과 후보단일화를 한 후 조 교육감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이후 2018년 6월 20일 출범한 ‘제2기 조희연 교육감 출범준비위원회’에서 혁신·미래교육 부문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담당 국·과장은 이 인물을 특별채용할 경우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담당 국·과장이 지속해서 지시에 불응하자 조 교육감은 “당신들은 공무원이니 내가 특별채용 문서에 단독 결재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담당 국·과장을 결재 라인에서 배제했다.

조 교육감은 해직 교사들과 친분이 있는 비서실장 A에게 채용 과정을 일임했다. A 실장 또한 전교조 출신으로 해직 교사들과 같이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후 채용은 또 난관에 부딪힌다. 부교육감은 A 실장의 지시를 받는 채용담당 부서에 “내정자가 있는 공채는 공개경쟁원칙에 어긋난다”며 특별채용을 법률 자문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조 교육감은 부교육감을 만나 “정치적 부담을 포함한 모든 책임은 내가 다 지겠다”고 말한 뒤 특별채용 처리 지침을 부교육감 승인 없이 결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7년 11월 30일 특별채용을 공지했다. A 실장은 자신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심사위원으로 내정했다. 채용 전형에는 17명이 지원했다. A 실장은 심사위원들에게 조 교육감의 지시에 따라 해직 교사 5명을 채용하기 위해 특별채용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미리 안내했다. 같은 해 12월 20일 조 교육감은 해직 교사 5명에 대한 채용 인원 확정 공문을 결재했다.

서류 전형도 면접 전형도 지원자 특정 가능?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4월 26일 페이스북에 “저는 특별채용 시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으며, 동일 요건을 갖춘 다수인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을 진행하도록 했다”고 썼다. 4월 28일 서울시교육청도 ‘특별채용 업무 관련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설명 자료’를 내고 “‘퇴직교사 특별채용 처리 지침(안)’에는 대상자가 특정돼 있지 않았다”며 “(해직 교사) 5명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블라인드 전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블라인드 전형은 출신지, 가족관계, 신체적 조건 등 불합리한 차별을 초래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치르도록 하는 시험을 말한다.

하지만 ‘신동아’가 4월 29일 여명 서울시의원(국민의힘)에게서 입수한 ‘2018 교사 특별채용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원자들은 ‘공적 가치 실현 기여 실적’ 항목에 저서 제목, 소속 단체에서 맡았던 직위, 자신이 기획한 강의 등을 기재했다. ‘공적 가치 실현 기여 실적’은 자기소개서에 해당한다. 저서명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자 지원자의 이름, 졸업학교, 전교조에서 맡은 직위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서류 전형에서부터 지원자들을 특정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물론 블라인드 전형에 경험과 경력을 기재하는 게 위법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NCS(국가직무능력표준) 블라인드 채용 컨설턴트는 “블라인드 채용은 인사담당자에게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정보를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직무 능력과 관련한 경력과 경험은 지원자가 특정되더라도 작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현석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면접관에게 서류가 전달되기 전 실무자가 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항목들은 지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디까지 정보를 가려야 블라인드 채용으로 볼 수 있을지는 해석의 차이”라고 답했다.

그렇지만 서류 전형뿐 아니라 면접 과정도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채용 과정에 입회한 면접관 두 명은 지원자들과 친분이 있는 사이다. B 변호사는 2018년 교육감 선거 당시 조 교육감과 지원자의 후보단일화를 추진한 위원회의 위원으로 일하며 법률 자문을 맡았다. C 교수는 복직 교사 세 명과 과거 여러 차례 교육 관련 활동, 업무를 수행했다.

이와 관련해 인사혁신처가 2018년 8월 발간한 ‘공정채용 가이드북’에 따르면 면접 등 임용시험 시 지원자와 친인척, 근무 경험 관계, 사제지간 등 관련이 없는 자를 면접위원으로 위촉하도록 돼 있다.

성현석 대변인은 “감사보고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 설령 친분이 있다고 해도 (채용 과정에) 작용할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여타 민간기업 경력직 채용에도 면접관과 지원자가 친분이 있는 경우가 있다. 아는 사람이 면접을 봤다고 해서 채용에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은 비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조희연#교사특채#공수처#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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