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폭발 사고 사망자 동생 “사고 사흘 전 생일이었는데…” [THE 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1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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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사흘 전인 17일이 누나 생일이었어요. 생일잔치 좋아하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한데 이렇게 황망하게 갈 줄이야….”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선옥 씨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전날 금천구 시흥동에서 5t 대형트럭 충돌 폭발사고로 세상을 떠난 과일가게 사장인 누나 김모 씨(62)의 영정 앞에서 넋이 빠진 듯했다. 김 씨는 “비도 오는데 하루쯤 쉬어도 됐을 텐데, 과일 떼러 간다고 아침 일찍 출근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싶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아들 구모 씨도 창백한 표정으로 울먹거렸다. 구 씨는 “어머니는 마냥 착한 분이셨다. 어릴 때부터 온갖 장사를 하시느라 힘드셨는데도 항상 부지런하셨다. 사고 전날 밤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이랑 놀아주시던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다”며 슬퍼했다.

“2년 전쯤 임대료를 조금이라도 아끼시려고 집에서 버스로 30분 이상 걸리는 먼 곳에 가게를 잡았어요. 고생을 많이 하셔서 1년 전부터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가게도 내놓은 상태였습니다. 가게만 정리하면 좀 쉬시게 하면서 제대로 모시려고 했는데….”

경찰은 과일가게에 있다가 숨진 김 씨와 건물 앞을 지나가다 참변을 당한 문모 씨(60)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21일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김 씨 등은 일부 외상이 발견돼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시흥동 폭발사고는 5t 대형트럭이 건물을 들이받기 직전 인근 도로에서 1t 화물차와 충돌한 것이 원인이 됐다.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1t 화물차가 먼저 중앙선을 침범하며 충돌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 화면이 잡히기도 했다. 경찰 측은 “일부 단서들이 나오긴 했으나 예단하지 않고 계속 수사를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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