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하는 거 보고 있으면 정말 눈물납니다. 창문 너머에서 보호자들이 ‘엄마 내 왔는데 창문 한번 내다보라’고 하는데…. 일반 국민들은 여행가고 그런 부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겠지만 요양병원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그게 제일 우선입니다. 자식하고 부모하고 못 보는 것. 그건 어떤 것보다도 빨리 해결해야겠다….”
21일 정부가 2차 접종 완료자들에 대해 요양병원 대면면회를 허용하는 ‘접종 인센티브’를 내놨습니다. 다음 달부터 환자나 면회객 가운데 어느 한쪽이라도 접종을 완료하면 대면면회를 허용한다는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접종 인센티브는 확진자 접촉 및 해외입국 시 2주 자가격리 면제가 다였습니다. 특정 시설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시행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죠. 앞으로 2차 접종 대상자는 더욱 늘어날 겁니다. 다양한 접종 인센티브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 역시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14일부터 전국 요양병원·시설에서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2차 접종 완료자 수가 빠르게 늘 전망입니다. 1차 접종만 놓고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자(205만5102명)가 화이자 접종자(171만7497명)보다 많거든요. 지금까지 2차 접종 완료자의 91.5%는 접종 주기가 3주로 짧은 화이자 백신 접종자였습니다. 14일 82만5700명이었던 2차 접종 완료자는 21일 148만2842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 “이번엔 면역 반응 덜했으면” 2차접종 나서는 사람
“근심이에요 또 면역 반응이 심할까봐. 근데 우리는 환자랑 같이 있어야 하니까 안 맞을 수도 없고….”
다음 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을 앞두고 있는 이모 씨(51·여). 그는 경기 광명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입니다. 지난 3월 1차 접종 당시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고 합니다. 이 씨는 ‘그 아픈 주사를 또 맞아야 한다니’ 싶으면서도 ‘무방비로 코로나19에 노출되는 것보단 낫다’ 싶어 이번에도 접종을 받겠다고 합니다.
요양병원들은 지난 2월 26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나선 곳인데요. 접종 간격을 11~12주 둬야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특성상 이제야 2차 접종 주기가 도래했습니다.
이달 14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을 시작한 경기 의정부시 카네이션요양병원. 이 병원에선 2차 접종 대상자 63명 중 60명이 접종을 받았습니다. 노동훈 원장은 “일부 젊은 직원들이 2차 접종을 걱정하긴 했지만 거부자는 없었다”며 “나머지 3명도 임신 등의 사유로 접종이 미뤄진 경우”라고 말했습니다.
● ‘주변 보니 괜찮네?’ 이제라도 맞겠다는 어르신들
현장에서는 1차 때는 접종을 거부했지만 오히려 2차 때는 ‘지금이라도 맞겠다’며 이번에 접종을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70대 여성 환자는 다른 환자들이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적은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합니다. 대구 A 요양병원 관계자 역시 “1차 때 거부한 환자 3명 중 1명꼴로 이번에 맞겠다고 한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특히 요양병원 환자 중에는 ‘백신 효과’를 직접 겪거나 뉴스로 보면서 동의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도권의 B 요양병원에선 지난 달 간호 실습생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확진자가 10시간가량 병원에 머물렀지만 환자와 종사자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1차 접종 후 2주 이상 경과한 시점이었죠. 병원 관계자는 “우리가 아는 코로나19의 전염성을 생각하면 그 정도 접촉했으면 확진자가 나왔어야 한다”며 “가슴을 정말 쓸어내렸다”고 말했습니다. 이 병원에선 1차 때 접종을 거부한 종사자 3명이 이후 접종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14일 2차 접종이 시작되자 1차 접종자 수도 동시에 늘었습니다. 미접종자에 대한 1차 접종은 2차 접종 때 함께 이뤄지거든요. 15~21일 요양병원·시설 1차 접종자 수는 4666명으로 일주일 전인 8~14일 551명에 비해 8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간 요양병원·시설의 어르신들도, 그곳에 부모님을 모신 자녀분들도 긴 시간 안타까움으로 서로를 그리워하셨을 겁니다. 내년 어버이날엔 달라질 수 있을까요? 하루 빨리 우리 모두를 위한 백신을 확보해 유리벽 없이 서로를 포옹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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