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12시 59분경 경기 고양시 중산동의 “아파트 6층에 불이 났다”는 신고 전화가 울렸다. 불이 난 아파트 밖에서는 대피한 주민들이 불길을 바라보며 애만 태우고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일산소방서 119구조대 1팀 이창준 소방교(40)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6층에서 시작된 불길에서 나온 검은 연기는 바람을 타고 11층짜리 건물 꼭대기인 옥상까지 집어삼키고 있었다.
불길이 시작된 6층 현관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검붉은 불길과 연기가 뒤섞여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다. 방 한 칸은 전부 불에 타버려 재만 남은 상황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로 옆 안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침대 위에 쓰러져 있는 80대 할머니 A 씨가 눈에 들어왔다. 이 소방교는 곧바로 주변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산소마스크를 씌울 겨를도 없이 이불로 할머니를 감싸고 대원 6명과 함께 1층까지 내달렸다. 이 소방교는 “어떻게든 불길 속에서 어르신을 살려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구조된 A 씨는 현재 몸 전체의 40% 가량 중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은 지휘차 등 장비 30대와 인력 70명을 화재 현장에 투입해 오후 1시 13분 완전히 불을 껐다. 당시 아파트 옥상으로 대피했던 주민 2명도 연기를 마시고 구조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구조된 할머니가 혼자 살던 집에서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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