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등교 확대, 정말 괜찮을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4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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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날리지(Corona+Knowledge)] <14>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교육격차 해결 방안으로 ‘전면 등교’ 카드를 꺼냈습니다. 17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월 유행의 위험 속에서도 학교 현장의 협조 덕에 학교가 비교적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2학기 전면 등교 계획을 언급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격수업은 학생들의 학습격차와 심리발달 저해 등 문제를 낳았습니다. 교육당국은 “학교가 비교적 안전하다는 사실이 확인이 됐으니 등교 인원을 늘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단, 교사와 고3 백신 접종이 계획대로 마무리되고, 확진자가 1000명 아래로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사 등 학교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학교가 그동안 안전했던 건 그만큼 적은 학생들을 등교시켜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켰기 때문이란 것이죠.

●학교는 안전? “철저한 방역 덕분”
“쉬는 시간입니다. 창문 및 출입문을 열어 환기를 해주세요!”

지난 3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 2교시 쉬는 시간. 학교 전체에 ‘환기하라’는 방송이 울려 퍼졌습니다. 이 학교는 전교생 400명 이하이면서 학급당 25명 이하. 교육부의 학교 밀집도 기준상 전교생 등교가 가능합니다.

“밀집도 기준으로 전교생 등교가 가능해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방역이 아무래도 가장 신경 쓰여요. 그래서 보통 아침에 8시까지 등교하면 8시15분쯤에는 학생 행동수칙 5가지를 틀어줘요. 손씻기, 기침예절, 하교 후에 사람 많은데 가지마라…. 이런 걸 매일 틀죠. 2교시, 6교시에는 환기하라고 방송하고, 급식 전에는 급식실 방역 지침을 방송해줘요. 한 명이라도 확진이 되면 학교 전체가 셧다운 되는 거잖아요.” (A고 교장)

수도권의 한 중학교에서는 ‘방역 당번표’를 짜서 교사들이 교문, 학교 출입문, 급식실 앞을 번갈아 지킵니다. 아이들이 한 번에 몰리지 않도록 지도하기 위함이죠.

“우선 등교 때 정문을 지나는 아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도록 지도해요. 아이들한테 8시30분 등교조와 8시45분 등교조로 나눠 등교하라고 안내를 하긴 했죠. 그런데 이걸 지키면 애들이 아니죠. 보통 교문 닫기 직전, 오전 8시45분쯤에야 우르르 몰려와요. 그럼 이때 일정 간격을 지킬 수 있도록 지도해야하는 거죠.” (수도권 중학교 교사)

정문을 통과한 학생들이 교실로 발을 들이기 위해선 넘어야할 관문이 있습니다. 발열 증상 확인과 손소독입니다. 건물 출입구에서 교사 2, 3명이 이 역할을 담당합니다. 유증상자가 있는 경우 다른 학생들과 분리시켜 혹시 모를 교내 전파를 차단하기 위함이죠. 그 사이 교실에서 담임교사는 학생들이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제출한 건강상태를 확인합니다. 건강상태를 한 명도 빠짐없이 확인해 교실의 안전을 보장하는 거죠.



교사들의 신경이 가장 곤두서는 시간은 ‘급식타임’입니다. 교실에서야 마스크를 쓰고 있다지만 급식실에선 어쩔 수 없이 벗어야 하니 말이죠. 이 때문에 급식실로 들어가기 전, 또 한 번의 발열 체크가 이뤄집니다. 급식실 앞에 체온 자동 측정계를 설치해놓거나, 점심 전 4교시에 교사들이 반에서 한 명 한 명 체온계로 체온을 확인합니다. 급식실에서 마스크를 벗기 전, 등교 후 발열 증상이 나타난 학생이 있는지 확인하는 거죠.

급식 지정 좌석제도 실시합니다. 좌석마다 투명한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해놓은 것에서 더 나아가 한 자리에 한 학생만 앉도록 하는 것인데요. 혹시라도 교내에 있던 유증상자 혹은 확진자가 마스크를 벗고 있었던 자리에 다른 학생이 앉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확진자 발생시 접촉자를 빠르게 구별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면 등교, 실현 가능한 방역 대책도 내놔야
학교 현장에서는 이처럼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가 지금의 안전을 지켜낸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등교인원을 늘리면 지금 같은 방역을 지키기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우선 마스크를 벗어야하는 급식이 가장 큰 골칫거리입니다. 방역 지침상 실시하고 있는 ‘지정좌석제’도 어려워 진다는 것이죠. 교사들은 “학년별로 시간대를 나눠 급식을 진행하더라도 누군가는 이미 다른 학생이 앉았던 자리를 사용해야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방역 지도도 문젭니다. 일부만 등교하는 지금도 아이들이 거리두기를 지키도록 지도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서로 가장 많이 접촉하는게 화장실이에요. 아이들이 밥을 먹고 나면 양치를 하잖아요? 세면대는 두 개 밖에 없다보니 아이들 여럿이 칫솔을 입에 물고 줄을 서 있어요. 체육수업 끝나면 덥다고 화장실에서 세수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지도가 어려워요. 사생활이 지켜져야 하는 공간이잖아요. ‘턱스크’ 관리도 만만치 않아요. ‘마스크 제대로 쓰자’고 해도 눈 하얗게 뜨고 노려보는 아이도 있어요. 그렇다고 마스크를 억지로 쓰게 할 수도 없으니….그냥 권유만 하는 거죠” (충남의 한 고교 교사)

특히 과대·과밀 학교의 고민은 더 큽니다. 이들은 전교생의 3분의1만 등교하는 현 상황(수도권 기준)도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다고 말합니다. 교육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선언만 하고 있다고 분개하기도 했습니다.

“전면 등교를 하면 우리 같은 과대학교는 방역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면 돼요. 지금도 1, 2학년 매일 등교할 때 보면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에요. 체육 수업을 생각해보세요. 아이들이 서로 밀착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1.5m 간격을 유지할 수 있는 건 해봤자 줄넘기 수업 정도? 지도는 당연히 하죠. 그런데 어린 아이들은 서로 더 밀착하고 싶어 해요. 선생님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지도가 잘 안 되는 거죠. 지금 20명이 등교할 때도 지도가 어려운데 40명 가까이 된다고 하면 방역은 그냥 물 건너가는 거죠. 2학기 전면 등교하겠다면서 탁상행정 할 게 아니라 실상을 봤으면 좋겠어요.” (수도권 대형 초등학교 교장)


백신 접종이 교직원만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것도 문젭니다. 교육부는 방역당국과 전체 교직원의 백신 접종을 여름방학까지 마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학생들입니다. 학생의 백신 접종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러야하는 고3 학생들을 제외하곤 계획이 없는 상황입니다. 미성년자가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이 제한됐기 때문이죠. 정부가 확보한 5개의 백신 가운데 15세 이하 학생들에게 접종 가능한 백신은 없습니다. 그들 중 화이자 백신만이 16, 17세 청소년에게 접종 가능합니다.

“교사들만 백신 맞는다고 학교가 안전해지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 초1, 2학년, 보건교사를 제외하곤 다른 교사의 구체적인 접종일정은 나온 것도 없어요. 접종 대상자인 교사들의 참여율도 그다지 높지 않고요. 학생들은 아예 접종 대상도 아니죠. 그런데도 마치 여름방학 전까지 교직원 백신 접종을 마치면 학교가 안전하다고 보는 이해가 가질 않아요.” (인천 한 중학교 교사)

교사들은 ‘등교 확대’라는 교육부의 기조에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기초학력 저하부터 사회성 발달 저하까지, 등교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문제를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집단은 교사들이니까요.

그렇지만 적어도 등교 확대를 논하려면 지금처럼 학교가 안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학교 현장과의 소통이 급선무입니다. 교육부가 내놓는 대책들이 현장에선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교육부가 학교랑 소통을 좀 했으면 좋겠어요. 과대, 과밀학급을 해소하라고 1교실 2교사제를 실시하라고 했지만 이건 현실 가능성이 없어요. 과대학교들은 빈 교실이 없어요. 그렇다고 오전, 오후반을 나누는 건 학부모님들이 선호하시지 않아요. 결국 한 반에 2명의 교사들이 들어 가야하는 거죠. 그렇지 않아도 빽빽한 교실에 선생님 한 분이 더 들어오는 것 밖에는 되지 않아요. 학급당 인원 수 자체를 줄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봐요” (수도권의 한 초등 교사)



등교 전면 확대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학생의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제 2학기는 불과 석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활기차고도 안전한 학교를 위해서는 교육부가 방역대책 마련을 위해 현장과 더욱 소통해야 할 듯 합니다.

이소정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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