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장 “쓰레기 발생지서 처리해야” 서울 구청장들에 편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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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vs 인천’ 갈등 와중에 같은 與소속 24명에 “친환경 동참을”
‘매립지 문제, 당론 부각 의도’ 분석도

“쓰레기 정책의 기본은 발생지 처리가 원칙입니다. 구청장님께서도 힘을 모아주셨으면 합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이달 초 자신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지역 구청장 24명에게 보낸 편지 글이다. 최근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문제가 불거지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는데 국민의힘 소속 조은희 서초구청장만 빠졌다. 인천시는 영흥도에 지금의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매립지를 만들어 인천에서 나오는 쓰레기만 매립할 예정이다. 그동안 인천의 수도권매립지에서 쓰레기를 처리해 온 서울시, 경기도 등이 강하게 반발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A4용지 3장 분량의 서한에서 박 시장은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에 대해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고 싶다”며 매립지 문제를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30년 넘게 수도권의 모든 쓰레기를 인천이 끌어안아야만 했다”며 “적극적으로 친환경 자원순환 정책을 실현하는 길에 동참해 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박 시장이 같은 당 소속 구청장들을 설득해 이 문제를 당론으로 삼아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편지에서는 “친환경 자원순환 의제는 우리 당의 단체장과 후보 전체가 선도해갈 의제”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쓰레기 싸움’, 정치 쟁점 번지나

인천시장, 與소속 서울 구청장 24명에 도움 요청 편지

인천 “서울-경기 쓰레기 안받겠다”…서울시 “대체부지 마련 때까지 사용”
편지 받은 구청장들 “상황 지켜볼것”
매립지 재공모 무산땐 갈등 커질듯


쓰레기매립지 사용을 놓고 수도권 광역자치단체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인천시는 “2025년 사용을 끝낸다”고 하고, 서울시와 경기도는 “대안이 없으면 더 쓰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박남춘 인천시장이 최근 같은 당 소속 서울 구청장 24명에게 편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하면서 쓰레기매립지 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치 쟁점’이나 ‘지역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박 시장의 서한을 받은 서울지역 구청장들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며 한발 물러서 있다.

○ “발생지 처리 원칙” vs “4자 합의 따라야”
서울, 인천, 경기 2600만 주민들이 배출한 쓰레기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모두 집결된다. 하지만 인천시는 ‘발생지역 처리 원칙’을 내세우며 2025년 사용 종료를 선언했다. 박 시장이 서울 구청장들에게 보낸 글에 “발생한 곳에서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 바로 환경정의”라고 못 박았다. 더 이상 서울, 경기 지역의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한 번 더 확인한 것이다. 박 시장은 이미 인천에서 나오는 쓰레기만 처리할 자체 매립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상황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2015년 환경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합의한 4자 합의 이행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6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앞두고 ‘매립지 사용 최소화 노력’을 전제로 매립지 3-1공구(103만 m²)를 추가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시는 당시 합의안을 근거로 ‘대체 부지를 마련할 때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취임 한 달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4자 간 협의 내용대로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현재 반입되는 쓰레기양을 줄여 매립지 포화 시기를 늦추면서 대체 매립지를 찾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수도권매립지공사도 “매입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하면 2027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 수도권 쓰레기 대란 오나
현재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7월 9일까지 대체매립지 재공모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 신청서를 낸 자치단체는 한 곳도 없다. 1차 공모 때처럼 대체매립지를 찾지 못할 경우 지자체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체지가 나오지 않으면 지금 사용 중인 인천 서구 매립장의 연장 사용밖에 대안이 없다. 최근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공모 외에) 플랜 B는 없다”며 매립장 연장 사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서울시가 인천시에 4자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강행할 경우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쓰레기 대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쓰레기 매립지#수도권#인천#박남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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