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노동자 10명 중 8명은 ‘우울증’…원청 폭언 경험도

  • 뉴시스
  • 입력 2021년 5월 25일 12시 18분


공공운수노조 콜센터 노동자 실태 조사 결과
25%는 20분 휴식…휴게 짧을수록 우울 심화
원청 폭언 경험도…무리한 요구 경험이 90%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10명 중 8명은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10명 중 7명은 업무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콜센터 노동자 일부는 고객뿐만 아니라 원청으로부터 폭언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콜센터 노동자 노동 건강실태 발표 및 해결 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에는 콜센터 노동자 총 1397명이 참여했다. 설문대상자인 2164명의 조합원 중 64.6%가 설문에 응답했다.

앞서 지난 2월 공공운수노조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가축위생방역본부, 경기정부민원, 국민연금공단 등에 속한 콜센터 노동자를 포함해 이번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 평가 척도인 ‘PHQ-2’를 기준으로 우울증 ‘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은 전체의 80.3%였다. PHQ-2는 총점 6점 중 2점 이상일 경우 우울증 위험군에 속한다. ‘정상군’에 속하는 이들은 19.7%에 그쳤다.

노동자들의 1일 평균 휴식시간은 ‘20분 미만’이 25.2%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어 ‘10분 미만’(20.7%), ‘30분 미만’(20.1%), ‘1시간 미만’(17.5%) 순이었다. ‘5분 미만’의 휴식시간을 갖고 있다는 응답도 16.5%를 차지했다.

휴식시간은 우울증 척도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는데 20분 미만에서 휴식시간이 짧을수록 우울증 척도는 높게 나타났다.

감정노동의 주요 영역별 위험 빈도를 살펴보면 ‘고객 응대의 과부하 및 갈등’ 영역에서 90.7%가 위험 수준에 해당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 감시 및 모니터링’ 영역에서도 위험군에 속하는 비중은 88.5%에 달했다.

특히 고객뿐만 아니라 원청으로부터의 폭언 등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이어졌다.

고객으로부터 폭언 등 경험으로는 ‘무리한 요구’(90.6%), ‘인격 무시 발언’(88.1%), ‘욕설’(85.0%), ‘성희롱’(22.5%) 순이었다.

이어 원청으로부터 ‘인격 무시 발언’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37.4%, ‘무리한 요구’를 받았다는 응답이 31.4%를 차지했는데 이는 관리자·동료로부터 폭언 경험률보다 높은 수치다.

업무 시작 후 얻은 질병으로는 ‘근골격계’ 질환이 72.0%로 1위를 차지했다. 콜센터 업무 특성상 ‘귀 질환’에 대한 응답도 41.4%였는데 이는 제조업에 속한 노동자들보다 높은 비율이라고 노조는 설명했다. 이 밖에 ‘소화기계’(37.5%), ‘호흡기계’(34.1%), ‘신경정신계’(29.9%), ‘비뇨기계’(28.6%) 응답도 이어졌다.

특히 신체 부위별로 어깨와 목의 통증을 호소하는 비중이 각각 88.1%, 83.5%로 집계됐다. 3개 부위 이상에서 통증을 느낀다는 응답도 82.5%였다.

감정노동과 직무 스트레스 평가에 기반을 둔 콜센터 노동자들의 건강 장해 예방 제도를 마련하고,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유해요인 조사 및 작업환경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공운수노조는 “공공기관 고객센터 노동자는 제도 안내, 민원처리 등 국민 소통 과정에서 장시간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하므로 근골격계 질환에 취약하고 고객과 통화 과정에서 언어적 폭력, 성희롱, 감정노동으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가 나타나는 등 다양한 직업건강 유해, 위험요인에 노출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제대로 된 실태 파악이나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객센터 노동자의 감정노동과 직무소진, 직무 스트레스, 근골격계질환 등에 대한 전반적인 노동안전보건 실태를 파악해 사업주의 법적 의무인 고객센터 노동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작업장의 개선방안뿐만 아니라 직접고용을 통한 고객센터 시스템 재구축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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