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박에 설치된 탐지기로 해저 조사…대법 “안된다”

  • 뉴시스
  • 입력 2021년 5월 25일 12시 19분


맹골수도 침몰 선박 인양→고철 등 판매
절도·영해법·해운법 위반 등 혐의 상고심
대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확정해

선박 입출항법에 따른 출입신고를 했더라도 외국선박에 설치된 어군탐지기 등을 이용해 해저를 조사하는 행위는 국가의 평화와 안전 보장 등을 해칠 수 있는 ‘영해에서의 조사 활동’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절도·영해 및 접속수역법(영해법) 위반·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위반·해운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1심의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선고를 유지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B주식회사를 통해 지난 2015년 2월 초 진도 맹골수도 해역에서 침몰된 선박을 찾아 인양한 후 고철 등을 판매해 이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같은 방법으로 2015년 8월 부산 태종대 해역에서 침몰한 선박을 찾아 인양한 후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씨와 B주식회사가 허가를 받지 않고 맹골수도 해역에서 침몰된 선박의 위치를 찾기 위해 외국선박에 설치된 어군탐지기 등을 이용해 해저를 조사한 ‘영해법 위반 혐의’, 침몰 선체 등에 선적돼 있던 C주식회사 소유의 철판을 절취했다는 ‘절도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1심은 A씨와 B주식회사에 대한 절도·영해법 위반 등 혐의는 모두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B주식회사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A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 등이 침몰된 선박에 있던 고철을 인양해 부산남외항으로 운송한 후 하역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상화물운송사업을 한 해운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원심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A씨는 “외국선박은 대한민국의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전 보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대한민국 영해를 무해통항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외국선박이 통행할 때 관계 당국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조사 또는 측량을 평화 등을 해치는 행위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외국선박이 선박 입출항법에 따른 출입신고를 했더라도 영해를 항행할 때는 무해통항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영해법이 규정하는 ‘조사’는 해저면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일체의 조사 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평화·공공질서 또는 안전 보장을 해치는 경우로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외국선박이 영해에서의 조사 활동을 통해 해양의 자연환경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관련 정보는 향후 연안국의 평화와 안전을 해하는 데 활용될 위험성이 있다”며 “조사 목적이 그렇지 않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평화를 해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 선고를 유지한 원심 판결에는 영해법 및 외국선박의 통항과 조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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